柳美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간적인 흠이 있다. 악성 베토벤은 친동생의 아내인 조안나를 잊지 못해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조안나는 베토벤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어느 운명의 갈림길에서 아주버님과 계수로 입장이 바뀌었다.

조각가 로댕은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제자 카미유를 출세에 눈먼나머지 정신병원에 보내는 비정을 저질렀다.

예술가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제퍼슨에겐 사생아가 있었다. 이밖에 과학자나 경제인등 여러분야의 저명한 인사에게도 인간적인 결함은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10대들 가운데는 그들의 우상인 가수가 조그마한 인간적 흠을 드러내면 실망한 나머지 되레 공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흠이란게 별것도 아니다. 가령 코를 훌쩍거린다거나 사석에서 저속한 농담을 하는 것만 보아도 그런 역작용을 보인다.

촉망받는 재일동포 작가인 유미리씨의 미혼모보도를 보고 말이 좀 있는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유부남인 방송기자의 아이 아버지가 총각인 것 같아 아이를 갖게 됐다는 대목은 그녀답지 않다. 좀더 솔직했으면 좋을것을 역시 인간이기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 어거지 변명을 하는 것 같다. 열일곱살때부터 첫 남자와 10년간 동거생활을 했다는 것도 이번 보도를 통해 처음 아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잘한 일이라고는 더욱 말할 수 없다. 다만 그녀도 인간인 점에서 저지른 사생활의 허물을 전문재질과 결부시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 뿐이다. 누구든 악인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성인군자일 수도 없는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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