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JP총리공관 방문회담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JP의 자민련복귀 및 개각연기(내년 1월중순), 공동정부 연대 다짐(후임총리 천거), 14박15일의 남미순방후 논의(합당문제) 등으로 요약된 세가지 합의사항은 예측하기에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첫째, 둘째 사항은 원론적 수준으로 별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합당불가에서 합당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불가 천명에서 합당논의로 재선회한 세번째 합의사항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DJ의 이례적 삼청동공관 공개 방문의 목적도 실은 여기에 있었다. 합당논의가 재(再)시사된 JP의 심경변화는 DJ와 가진 25분간의 밀담에 고무된 것이라는 객관적 추리가 가능하다. 밀담의 내용은 알길 없으나 JP로선 신당의 당권장악이 확실하게 보장되면 신당창당에 앞서 양당 합당을 급조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DJ가 아닌 신당총재는 곧 다음 대권후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프리미엄이 없는한 평소 DJ에게 지녀온 국정운영의 독주에 JP의 의문을 DJ가 극복할 수 없다. DJ의 보수노선에도 JP는 곧잘 회의하곤 했다. 무조건 합당은 자민련 정치세력의 투신행위임을 그 누구보다 JP는 더 잘 알고있다.
만약 밀담가운데 이에 언질이 없었는데도 순방귀국후의 합당논의를 JP가 말했다면 공관방문에 대한 의례적 화답일 뿐이다. 그러나 우선은 듣기좋은 어떤 언질이 있었다해도 실현되기엔 많은 암초가 깔려있다. DJ의 진정한 속셈도 그렇고, 신당창당의 여러 여건이 그렇게 돼있다. 동교동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합당에 대한 JP의 말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4·13총선이다. 신당(국민회의)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자신이 확실히 서면 오히려 짐이되는 자민련과의 합당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다. 과반수가 되면 공동정부도 깨져 자민련은 제풀에 나가떨어질 판이다.
그러나 단독 과반수 의석 확보의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하면 국민회의는 합당이든 공동여당이든간에 자민련을 끼고가지 않을 수 없다.
DJP내각제로 시작된 DJP의 줄타기 노름은 정말 정교하긴 하다. 합당카드로 가는 DJP흥정의 전망은 계속 불투명하다. 정치고수끼리의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은 JP귀국후의 DJP회동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정치가 기교란 시대는 지났다. 그보다는 정직성을 요구한다. DJP 저들의 밀실담합만으로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아니다. 국민은 주권행사를 통해 그것을 심판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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