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복원 잘못됐다

200여년전 화성을 시공할 때도 부실은 있었다. 가장 완벽하게 축조되고 아름다워 성곽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장안문이 ‘화성성역의궤’의 당초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장안문에 시공키로 설계된 성곽 방어시설인 오성지(五星池)는 북쪽으로부터의 적의 침입에 대비한 것으로 화성의 4대문중 유일하다.

오성지는 모양이 구유처럼 생겼고 여기에 5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크기는 되만 하다. 돌로 만든 연못 모양의 오성지는 전투에서 적이 성문을 불사르게 될 경우 이 구멍으로 물을 흘려넣어 불을 끄게 되는 일종의 진화시설인 셈이다.

화성성역의궤의 설계에 따르면 오성지의 전체길이가 14척(424.24cm), 폭이 5척(151.51cm), 깊이가 2척(60.6cm), 물이 흘러나가는 구멍이 1척(30.30cm)이고 이 돌연못 위로 성가퀴(여장) 9개를 시공토록 돼있다.

장안문이 완공된 것은 1795년(정조19) 1월인데 정약용은 그 해 7월 금정찰방으로 부임해 가는 길에 화성에 들러 장안문 북옹성의 오성지가 잘못 시공됐음을 확인하고 이를 개탄하는 글을 여유당전서 ‘다산시문집’에 적었다.

“…올 가을에 나는 금정찰방으로 가는 길에 화성을 지나면서 옹성문 위에 가로로 다섯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는데 마치 요즘의 성가퀴(여장)에 구멍이 세개 있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것이 오성지이다’라고 한다. 아! 성문 위의 지(池)에도 가로로 구멍 뚫린 것이 있는가? 오성지라는 것은 물을 터 내려서 적이 성문을 태우려 할때 이를 막는 것이니, 그 구멍을 곧게 뚫어서 바로 문짝위에 닿게 하여야 쓸모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 쌓는 일을 맡은 사람이 도본만 보고 구멍을 가로로 뚫어 놓았으니, 이것이 바로 이른바 그림책을 뒤져서 천리마를 찾는다는 격이다.”

이는 성제의 근본을 몰랐던 공사감독의 단견, 설계는 완벽했으나 시공이 허술했던 화성 축조의 실패사다.

더 안타깝고 놀라운 것은 지난 1977년 화성을 전면 복원하면서 이 오성지 자리에 엉뚱하게도 설계에도 없는 문루가 축조됐다는 사실이다. 화성이 ‘화성성역의궤’의 설계대로 축조됐다는 기초지식만 있었다해도 이처럼 황당하게 복원되지는 않았을 것인데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주축이 돼 복원을 했을까.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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