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이토록 빨리 지하생활에서 권력으로 이행하다니! 이렇게 목메어 말한 레닌은 현기증이 난다며 자기 머리를 손으로 쓸어만졌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미소지었다.’
트르츠키가 그의 자서전 ‘나의 생애’에서 볼셰비키 혁명의 성공에 감격한 레닌을 묘사한 대목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당시 레닌의 동지였던 트르츠키는 군사평의회 의장으로서 적위대를 지휘했다.
러시아 공산국가는 1922년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소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금세기 후반을 냉전의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던 소련은 1991년 마침내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해 와해됐다. 레닌의 동상은 군중들에 의해 파괴돼 모스크바거리에 나뒹굴었다.
사회주의 원전(原典)은 사회주의 국가에서까지 부정돼 중국에 이어 쿠바조차 개혁개방에 나섰다. 북한은 김일성주의로 변질됐다.
8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파리근교에서 제21차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총회가 열리고 있다. 130여개국의 사회주의 계열 정당 및 기구대표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조스핑 프랑스총리, 슈뢰더 독일총리, 블레어 영국총리등 이른바 유럽 좌파지도자들이 참석해 사회주의 진로에 대한 열띤 토의가 벌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접목한 ‘제3의 길’과 중산층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사회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그 어느 주장도 사회주의 원전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주의 혁명이론은 그만큼 쓸모없는 낡은 이데올로기가 돼버렸다. 레닌이 지하에서 이같은 실패를 안다면 이젠 좌절의 현기증을 일으킬 일이다./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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