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청소년<3> 향락 부추기는 고교축제

실업계고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고교축제가 2002년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올들어서는 인문고교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내 159개 고교 중 70%이상이 축제를 개최했거나 준비중에 있는 것도 이같은 입시제도의 변화에 기인한다.

축제가 청소년기의 억눌린 젊음을 발산하는 계기가된다는데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가요경연, 댄스공연, 반별장기자랑 등 성인들의 소비향락적인 모방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특히 이같은 고교 축제가 향락문화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하고 저급한 감수성만 한껏 자극해 탈선의 계기가 되고있다는 것.

동인천 화재사고에 고교생들이 무더기로 숨진 것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향락적인 축제에 자극받아 여학생들과 술집을 찾은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달 축제를 열었던 인천 B여고는 축제준비를 돕기위해 인근 남자고교생 수십명이 며칠동안 밤늦게까지 축제를 도와 주었다.

여고축제에 남학생 그룹사운드 초청이 단골메뉴가 되고, 여학생들이 남학교에 초청되면서 고교축제는 학생들 사이에 ‘놀고먹는 휴일’, ‘이성간의 자유로운 만남의 날’로 인식되어 지고 있다.

이같이 고교축제가 천편일률적인 소비지향적 향락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것은 준비하지 않고도 쉽게 열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 축제를 위한 교육적인 부담이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 이같은 축제를 부추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고교는 타학교와 경쟁하면서 좀 더 큰 규모의 축제를 열기위해 경비마련을 위해 학교주변 업소에 협찬을 요구하고 다니거나 학생들로부터 큰 돈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고교는 학교와 지역특수성을 감안한 축제를 열어 대조를 보이기도 한다.

경기과학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을축제를 소그룹별 과학작품발표회와 과학왕 선발 등의 행사를 가족들을 초대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20명이 전교생인 화성의 두레자연고교도 축제를 대신해 18명의 학생이 18명의 정신지체아를 학교로 초청해 1대1 농사체험행사를 펼쳐 향락 소비지향적인 축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 YMCA 이상명간사는 “학교마다 손쉬운 자극성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열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축제는 오히려 청소년기의 잘못된 감성만 자극할 수 있다”며 “대학축제나 TV프로그램을 단순 모방하는 행사가 아니라 규모가 작더라도 준비된 고교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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