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로고
2025.07.01 (화) 메뉴 메뉴
위로가기 버튼

[세상읽기] 인간과 AI 공존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

image

인공지능(AI) 책사(策士)가 우리와 같이 한다? 허리가 계속 아프다. 가까운 사람에게 물어봤다. 신통치 않은 답변.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에게 가야 하나. 요가나 달리기를 해야 하나. 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물주머니를 매시간 허리에 차는 것도 이젠 지겹다. 누가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데. 구글은 제미나이(Gemini)가 클래식 게임인 포켓몬 블루(Pokémon Blue)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전략 게임을 스스로 할 정도라면 전략가로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친구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보게 해야 요통 해결 전략을 들려줄 수 있을까. 옆에서 꼬마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계속해서 까르르 웃는다. 배경음악으로 참 듣기 좋다. 나도 너처럼 웃고 싶다. 제갈량이라면 나에게 어떤 따끔한 이야기를 했을까. 우선 최적의 솔루션부터 찾아보라고 충고하지 않았을까. 구글은 다양한 버전의 제미나이를 나열하면서 파레토 프런티어(The Pareto Frontier)라고 언급했다. 이동 시 적합하고, 성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겠지. 소위 크기-품질-비용-속도의 최적점을 발견하라는 미션. 이제 우리에게 익숙했던 해법이 아닌 낯선 문법을 채택할 때가 임박했다는 계시인가.

 

AI 집사(執事)가 우리의 결점을 채워준다? 투자심사역이 중국 AI 전문회사와 협업해 보자고 제안한다. 인수합병 전문가가 스페인 언어를 구사하는 국가도 AI 협력을 희망한다고 귀띔한다. 중국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영어. 능통했으면 좋으련만 인지적 구두쇠라는 핑계로 눈만 질끈 감고 있었으니. 구글은 구글 빔(Google Beam) 기술을 화상회의 솔루션인 구글 미트(Google Meet)에 접목하면서 자연스러운 실시간 화상 통역 서비스를 시연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동시에 통역하면서 모국어의 억양 패턴을 상대방의 언어에 녹이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입 모양과 표정이 통역할 언어로 동기화되면서 동일한 목소리를 낸다. 내가 아니지만 유창한 언어 마법사가 된 나. 그런데 한국어인 갑질, 눈치, 정 같은 단어는 어떻게 번역하려나. 하여간 기술을 믿어 본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 왠지 믿고 싶다.

 

전화가 소나기처럼 울린다. 다양한 독촉 메시지. 제발 쫓기며 살고 싶지 않다. 구글은 AI에이전트 기술인 컴퓨터 유즈(computer-use) 기능을 에이전트 모드로 선보였다. 크롬 웹브라우저로 수행하는 모든 일을 내가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조용히 뒤에서 첩보원처럼 처리한다. 사람처럼 웹브라우저를 자율적으로 통제하면서 사용한다니. 확실히 기술이 좋긴 좋다. 사람의 ‘귀차니즘’을 지지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니. 이 시대에는 인간에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부여하고자 무척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적응하고 있는가.

 

AI 박사(博士)가 일당백을 한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 기술을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에 활용해 산악자전거 수리 장면을 연출했다. AI가 알아서 브레이크 설명이 나오는 문서 페이지를 열어 보여준다. 망가진 나사 고치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준다. 필요한 육각 너트 스펙을 자전거 가게에 이메일로 문의해 답변받아 안내한다. 부족한 나사 재고를 업체에 전화해 확인하고 주문한다.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아주 똑똑한 직원. 당장 시키고 싶은 일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그중 최고의 난도는 협력할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는 일. 정말 네가 할 수 있겠니. 때론 시각장애인의 안내견 역할도 수행한다. AI가 사람의 눈이 된다. AI와 협업해 내일을 개척할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AI 감독(監督)이 우리네 인생의 이모작 또는 삼모작을 계획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구글은 AI 영화 제작 도구인 플로우(Flow)를 출시했다. 내 메시지가 담긴 스토리를 감동적인 영상으로 자동 생성한다. 영상, 배경음악, 효과음, 대사, 캐릭터 모두를 아우른다. 숏폼 영상, 숏폼 드라마, 단편 영화, 장편 애니메이션까지 욕심을 낼 수 있을까. 기술이 평범한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도록 한 발 한 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

댓글(0)

댓글운영규칙

-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0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