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선거 벽보가 찢겨 나갔다. 상대 후보에 대한 극단적 혐오 표출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범죄는 203건이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접수된 대선 사건이다. 가장 많은 유형이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이다. 179건(185명)으로 전체 88%를 차지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현재 99건을 접수했다. 역시 전체 87.8%인 87건이 벽보·현수막 훼손이다. 선거폭력, 허위사실 공표, 금품수수, 선거운동 기간 위반, 기타 등도 있다.
선거 벽보가 부착된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경기지역 1만7천837개소에 붙었다. 현수막은 지난달 12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게시됐다. 한 남성은 아홉 차례에 걸쳐 벽보를 훼손했다. 커터칼, 손, 지팡이 등으로 벽보를 훼손했다. 특정 후보의 현수막을 라이터로 태운 유권자도 있었다. 벽보 등 훼손은 비교적 가벼운 행위로 여겨진다. 우발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 정치적 양극화 심화가 부추긴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짧지만 격렬했던 선거운동이 끝났다. 오늘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대선이 경기도민에게 주는 의미는 대단히 특별하다. 유력 후보가 모두 경기도와 연을 맺었다.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는 민선 7기 경기지사였다. 성남시장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역임했다. 기호 2번 김문수 후보는 민선 4·5기 경기지사였다. 부천 소사구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 기호 3번 이준석 후보도 경기도 정치인이다. 화성시을(동탄)이 지역구다.
같은 광역지자체의 전직 단체장 간 대선은 처음이다. 두 후보의 도정 실적이 곧 평가의 잣대다. 신개념 복지가 이재명 도정이다. 기업·일자리 유치가 김문수 도정이다. 경기도민이 기억으로 갖고 있는 가까운 모습이다. 다른 지역 유권자는 생각 못할 만큼 생생하다. 그런 만큼 부정적인 도정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다. 이재명 후보의 법카 유용 논란이나 김문수 후보의 소방관 통화 논란이 그런 경우다. 너무 가까운 기억이 네거티브를 부른 역작용이다.
현수막 훼손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있었다. 선거운동 내내 경기도에서 불거진 상호 혐오다. 이제 모든 절차를 끝낼 순간이다. 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의 가장 숭고한 절차가 선거다. 그 정점에서 행해지는 행위가 투표다. 아쉬웠던 경기도민만의 특별한 대선도 이제 마지막 행위만 남겨 놓고 있다. 빠짐 없이 참여해 질서 있는 투표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1천300만 경기도민 민주주의’가 좋게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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