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독립서점_무용(無用)
장자는 무용하지만 가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독립서점 ‘무용(無用)’의 주인 서한솔씨도 삶이 지겨워질 때면 언제나 쓸데없는 것들을 가까이하곤 했다. 여행을 가고, 시를 쓰고, 노래를 듣거나 가만히 앉아 나무를 바라봤다. 늘 그렇듯 무용한 것들은 언제나 서씨를 위로했다.
쓸모 없어 소중한 것들
서한솔씨가 이곳 가평에 서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쓸데없이 요즘 누가 책을 본다고 서점을 하느냐” 등 돈벌이가 중요한 세상에서 책과 서점은 그다지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처럼 말했다. 서씨는 ‘무용’의 공간이 쓸모없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아 서점 이름을 지었다.
“삶이 두려울 때 용기를 줬던 무용한 것들, 살아낸 끈기 등을 떠올리며 서점 이름을 지었지만 막상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며 셀프인테리어를 할 땐 ‘이걸 쓸데없이 왜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웃음). 물질적인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무용함은 소중함을 더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은 공간에 마음을 담아 공을 들인 것처럼 말이죠.”
서씨는 서른살이 되던 해에 ‘시’를 쓰려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 한겨울에 시베리아를 횡단하며 기차에서 쓴 글을 모아 첫 독립출판물을 만들었다. 그 뒤로도 3년 정도 글을 쓰고 정식으로 독립시집을 출간하며 자연스럽게 편집, 인쇄, 출판 등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익혔다.
“책 한 장, 글자 하나 손이 가지 않은 게 없는 꼬질꼬질한 경험이었습니다. 독립출판물의 유통과 판매를 진행하다 보니 이 부분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깨달음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 책을 맡기고 거래하는 과정이 창작물을 생산하는 것과는 또다른 감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책까지 한번 팔아 봐? 독립의 끝을 한번 찍어 보겠다’는 알량한 생각으로 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지극히 사사로운 만족이 있는 곳
앞서 말한 대로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서점이지만 서씨는 “자본의 보상이 불분명할수록 목적은 더 확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만족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씨는 스스로 지친 일상에서 무용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 느끼는 고요함과 적막함을 즐긴다. 또, 사적 취향을 한껏 반영해 꽂아둔 책을 손님이 꺼내 들었을 때의 희열 등 서점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재미, 그리고 이런 곳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작은 사명감도 서점을 지탱하는 데 역할을 한다.
“사적인 취향을 담아 시집을 가장 많이 갖다 놓는 편입니다. 슬프거나 이상하고 웃긴 이야기도 좋아하고요. 따뜻한 그림책도 좋아합니다. 때때로 제목을 보고 고르거나 손님들에게 전해 들은 책을 들이기도 합니다.”
무용서점에서는 소모임이나 공연도 종종 진행된다. ‘무용(無用)에서 하는 무용(Dance) 수업’도 진행됐고, 서태지팬덤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책을 팔고 싶은 참여자를 모집, 서점의 책장을 제공해 여러 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유 책장을 꾸릴 계획도 갖고 있다.
“책장은 하나의 여행지라고 생각하고 만나 주셨으면 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갈까 말까, 할까 말까 하는 기분으로 발자국을 내디뎌 주세요. 책장은 무해한 우연만이 가득한 여행지니까 마음껏 들여다보셨으면 합니다.”
instagram @mooyong3_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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