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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좀 볼래?”… 불타는 유통가 뒤 ‘속 타는’ 농가

'매운맛 열풍'에도 지난달 청양고추 도매가격 폭락... 작황 늘고 수요 줄고 열받은 農心
CJ제일제당 ‘습김치’ 땀샘 자극, 하림 ‘용가리불볶음면’ 혀 불바다
삼양식품, 매운 국물 라면 ‘맵탱’, 식품업계 앞다퉈 ‘핫한 입맛’ 대전

최근 국내 식품업계가 ‘한국의 매운맛’을 느낄 수 있는 신제품을 잇달아 공개하며 ‘매운맛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소비자 사이에선 ‘더 맵고 자극적인 맛’의 열풍이 불고 있는 반면 정통 매운맛 식재료인 청양고추는 가격 하락에 소비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매울 때 내는 소리 ‘스읍’에서 따온 ‘습김치’를, 하림은 자사 캐릭터 용가리를 활용한 ‘용가리불볶음면’을 출시했다.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라면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삼양식품은 매운 국물 라면 라인 ‘맵탱’을 개발,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매운맛을 선보였다.

 

나날이 높아지는 ‘스코빌지수(매운맛 척도)’처럼 매운맛 제품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SNS에서는 매운 음식을 먹는 챌린지도 등장하며 매운맛 제품 소비층이 탄탄해지는 중이다.

 

유튜브에 ‘매운맛 챌린지’를 검색하면 자동 추천되는 쇼츠 영상. 영상들의 기본 조회수가 1만회를 훌쩍 넘으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매운맛 챌린지’를 검색하면 자동 추천되는 쇼츠 영상. 영상들의 기본 조회수가 1만회를 훌쩍 넘으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처럼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매운맛 열풍’에 웃음짓는 식품업계와는 달리,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청양고추 도매가격은 10kg에 3만1천200원으로, 전년 동월 5만9천290원 대비 47%가량 크게 하락했다.

 

특히 올해는 봄철 기온 상승 등 생육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5월 출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영·호남지역 재배면적 증가 및 작황 호조로 반입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시장에 물량이 몰릴 가능성이 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은 늘었지만 외식이나 가정에서 고추를 찾는 수요는 예전만 못해 ‘많이 땄지만 팔 데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방문한 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한 방문객이 청과물 코너에 진열된 고추를 살피고 있다. 금유진기자
27일 방문한 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한 방문객이 청과물 코너에 진열된 고추를 살피고 있다. 금유진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림축산식품부는 청양고추 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전국 단위의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15일부터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열린 ‘청양고추 소비확대 특판 행사’는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준비된 물량이 조기 소진되며, 24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관계기관은 이후에도 우리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고 농가의 시름을 덜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정호 한국풋고추생산자협의회장(진주금산농협 조합장)은 “청양고추는 식당 등 대량 소비처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올해 외식 수요가 줄면서 전반적인 소비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맛 좋고 영양 많은 국산 고추를 많이 애용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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