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랑에 빠져 식물의 언어로 세상을 읽는 이들이 있다. 사라져가는 초목을 수호하는 식물분류학자, 숲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산림감독원이 나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과학적 통찰을 풀어냈다. 인간과 닮은 면모가 많은 ‘나무’의 탄생부터 의사소통 방식, 생존전략 등 나무의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자연 보호에 대한 진심어린 목소리를 정교하게 담았다. 식물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모아봤다.
■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은 어린 시절 자연과 깊은 교감을 한 주인공 ‘페터’가 명성있는 산림감독원이 돼 동식물과 숲을 만나며 품게 된 사색과 통찰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전달하는 한 편의 그래픽 소설이다. 책은 페터의 시선에 따라 숲과 나무, 그 안에 살아 숨쉬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지난 2015년 독일에서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뒤 ‘그래픽 노블(그림 소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오랜 시간 숲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탐구해 온 작가이자 각본가인 프레드 베르나르와 그림 작가 벤자민 플라오는 원작자 페터 볼레벤이 펼쳐낸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들을 다채로운 색감의 글과 그림으로 되살려냈다.
이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페터가 숲 바닥에 앉아 한 줌의 흙을 쥐어 보고,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에 관해 사색하거나, 숲길에서 마주친 나무를 세심히 관찰하는 장면 등을 만나게 된다. 땅속 생명체, 나무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풍부한 과학적 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
책은 자연 보호에 대한 깊은 메시지도 전한다. “인간이 잘 손질한 숲은 결국 반은 죽은 숲”이라고 말하는 페터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탄생부터 인간이 숲을 이용해 온 기나긴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인간이 나무와 숲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진중한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 숲을 읽는 사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는 허태임 식물분류학자가 산문집 ‘숲을 읽는 사람’을 출간했다. 책은 저자가 일하는 풍경과 그 과정에서 마주친 식물들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의 일터는 곰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진드기에 물리거나 해가 져서 깜깜해질지 모르는 인적 드문 산속이다. 저자는 식물에 대한 애정을 품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간다. 해발고도 1천300m 이상에서만 피는 ‘바람꽃’을 보기 위해 산 정상을 오르고, ‘노랑팽나무’를 찾기 위해 59번 국도를 따라 이곳저곳을 누빈다. 울릉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너도밤나무’를 기록하기 위해 울릉도 태하령의 너도밤나무숲을 탐사하기도 한다.
특히 책에는 산속에서 채집한 식물들의 목소리가 담겨 읽는 재미가 있다. 화려한 장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수수한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찔레꽃’,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씨앗에 독성 물질을 심어놓는 ‘귀룽나무’와 씨앗에 날개를 달아 훨훨 날게 하는 ‘박주가리’, 다른 존재와 공생하는 ‘겨우살이’의 이야기가 조곤조곤 이어진다.
이 같은 식물의 이야기는 저자의 다정한 경험과 맞닿아 더욱 확장된다. 어린 시절 식물을 향한 사랑을 처음 일깨워준 할머니, 올괴불나무꽃 향기에 여전히 소녀처럼 기뻐하는 엄마, 호야 화분을 선물로 건넨 두봉 주교, 비무장지대를 나란히 누비며 우정을 나눈 다큐멘터리 감독과의 기억이 식물 이야기와 화음을 이루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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