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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예술로 바라보다…‘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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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作 ‘작가는 복도에서 유리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소주병을 사들고 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제공

 

‘외로움’을 예술적 관점으로 조망해 위축된 공동체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환기한다.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록은 지난 1일부터 기획전 ‘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인 ‘뮤지엄×즐기다’ 공모에 선정돼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한다.

 

이번 전시는 권혜성, 윤지영, 이영욱, 임소담, 정찬민, KL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외로움을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본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총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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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성 作 ‘여름 비 바다 수영 해파리 풍경’.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제공

 

권혜성 작가는 한지와 먹, 유화와 에어브러시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연으로부터 얻은 생명력을 강렬한 선으로 표현한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서 심리적 방황을 겪은 권 작가는 제주도의 거친 바람과 빗속에서 견디는 식물의 에너지를 통해 삶과 자연의 본질적 순환에 대해 깨달았다. 이에 ‘여름 비 바다 수영 해파리 풍경’ 등 그의 작품에는 자연의 리듬이자 외로움을 이겨내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선이 등장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명하는 순간,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지영 작가는 영상 작품 ‘오죽 -겠, -으면’을 통해 현실에서 겪는 불안과 고통에 맞서는 개인의 내면을 포착했다. 가족을 돌보며 매일을 살아내는 영상 속 인물은 사소한 일상적 의식과 자기최면적인 반복된 행동을 통해 불안을 견딘다. 이 같은 모습은 각자의 섬처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한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 작가는 개인적 고립의 문제를 인간 전체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하며 공감으로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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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作 ‘친구의 개인기와 나의 임무’.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제공

 

특히 이영욱 작가는 낯설고 불안정한 형상을 회화작업으로 재탄생시켰다. 조작된 이미지의 파편들을 해체하고 중첩하는 방식을 통해 내면의 감정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한다. 익숙한 장면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변형시키면서 개인의 불안, 욕망, 긴장을 사회·문화적 맥락과 병치시켜 우리가 무심코 수용해온 관념과 제도 속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이와 함께 임소담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선명하게 그려내며, 물거울·수평선 등 모호한 풍경 속에 숨은 정서를 포착한다. 작가는 회화와 세라믹을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주며 부재하거나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물감이 겹겹이 쌓이듯 외로움은 일상 속에 서서히 스며들지만 역설적으로 그 흐릿함을 통해 새로운 몰입과 공감을 일으키는 장이 열린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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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민 作 ‘우리가 닮아가는 건’.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제공

 

정찬민 작가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 속에 놓인 개인의 무력감을 들추어낸다. ‘행동부피’ 등 작품을 통해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사소한 행동이야말로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L 작가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혼란과 이질감을 탐구한다. 설치 작업 ‘섬_딩검리’에서는 고립된 섬들이 보이지 않는 지층으로 연결돼 있음을 암시한다. 세 편의 영상은 해변에서 노래하고 수영하는 인물들, 물속에서 흙으로 만든 배가 시간에 따라 녹아 흩어지는 장면, 수년간 기르던 앵무새 한 쌍의 죽음을 담은 장면으로 구성된다. 삶과 죽음, 일상과 사건이 교차하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상실과 기억의 흔적, 존재의 불안과 평온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사유하게 한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관계자는 “외로움을 사회적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는 이번 전시가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고립으로 여겨졌던 감정을 모두가 함께 다뤄야 할 공동의 화두로 전환시켜 치유의 가능성을 열어 보는 의미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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