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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주먹도끼와 30만년 전 한반도로 타임머신 타고 여행

제32회 연천 구석기축제 첫째날 성료

 

“오래전 이곳에는 주먹도끼를 사용하는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습니다. 30만년 전 그들이 사용했을 주먹도끼와 함께, 선사시대로 돌아가 볼까요?”

 

용맹한 모습으로 호랑이 가죽옷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갖춰 입은 어린 방문객은 자신의 키가 훌쩍 넘는 나무 꼬치를 들고 엄마, 아빠 곁에 앉아 꼬챙이에 꽂힌 고기를 숯불 위에 구워본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눈이 맵기도 하지만, 고생 끝에 맞이한 잊을 수 없는 맛에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진다.

 

온 가족이 구석기 시대 복장을 갖춰 입은 이들 앞에는 원시인이 다가와 ‘어린 현대인’에 인사를 건네며 교감을 시도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독일, 인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각국에서 온 구석기 전문가들은 오래전 지구촌 또 다른 인류가 경험했을 구석기 문화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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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연천 구석기 축제가 열리는 전곡읍 전곡리유적에서 구석기인으로 분장한 퍼포머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조주현 기자

 

■ 유럽 중심 ‘뫼비우스 이론’ 뒤집은 전곡리 유적, 세계의 유산으로 ‘한걸음’

 

올해로 32회를 맞이한 국내 대표 선사 문화 체험인 ‘연천 구석기 축제’가 지난 2일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유적에서 첫째 날을 맞이하며 4일간의 축제 시작을 알렸다.

 

한탄강이 감싸안은 현무암 대지 위 전곡리 유적은 30만 년 전 한반도에 주먹도끼, 사냥돌, 주먹 찌르개 등 도구를 사용하는 구석기인이 살았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출토된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으로, 학술적으로도 활용적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올해는 국가유산인 전곡리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및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로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2029 연천 구석기 엑스포 기원’ 국제 학술 세미나를 열고, ‘찬란한 멸종’의 저자인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의 기조 강연에 나섰다.

 

온 가족이 구석기 시대 복장을 갖춰입고 2025 연천 구석기 축제를 방문한 윤유현씨(서울·30대) 가족이 30만년 전 전곡리에서 살던 구석기인의 모습으로 분장한 참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온 가족이 구석기 시대 복장을 갖춰입고 2025 연천 구석기 축제를 방문한 윤유현씨(서울·30대) 가족이 30만년 전 전곡리에서 살던 구석기인의 모습으로 분장한 참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 활쏘기부터 애완돌 만들기까지…우리 구석기로 돌아왔나 봐

2025 연천구석기축제 현장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다. 황금연휴를 맞이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입구에 자리한 ‘전곡리안 의상실’에서 원시인 의상을 무료로 대여하고, 인생네컷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겼다.

 

4일간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은 스페인, 독일, 인도, 네덜란드 등 국내외 선사문화 전문 기관과 박물관이 함께 전 세계 곳곳의 선사문화와 고고학을 체험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2025 연천 구석기 축제의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에서 대만 부스를 방문한 어린 참가자들이 조개 펜던트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조주현 기자
2025 연천 구석기 축제의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에서 대만 부스를 방문한 어린 참가자들이 조개 펜던트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조주현 기자
2025 연천 구석기 축제의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에서 어린 참가자들이 손도끼를 들고 목공체험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조주현 기자
2025 연천 구석기 축제의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에서 어린 참가자들이 손도끼를 들고 목공체험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조주현 기자

 

방문객들은 오스트리아 체험마당에선 불쏘시개와 부싯돌을 활용해 불을 피워보고, 인도의 체험마당에선 흙더미와 돌 사이로 붓을 활용해 나무 뼈와 해골을 발굴해 보는 고고학자가 돼 인도 샤르마 암각화 체험을 즐기며 고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날 광활한 부지에선 원시인이 돼 사냥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활쏘기 체험’이 인기를 끌었다. 선사시대의 종목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전곡! 구석기 올림픽’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활쏘기 체험이 열렸다.

 

오후 2시가 되자, 호랑이 과녁이 놓인 잔디밭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이 방문객과 보호자들로 붐볐다. 각궁이 아닌 서민의 활로 호랑이 사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활쏘기장은 한국의 마지막 활 사냥꾼인 현중순씨(65·연천군)가 운영했다.

 

체험에 앞서 궁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고, 과거 매머드를 사냥할 때 썼던 목궁의 유래에 대한 설명도 이어지며 궁인의 설명에 어린 관람객들은 한껏 집중했다. 궁인이 직접 만든 활과 창으로 멧돼지 사냥을 했다는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오후 4시가 되자 초등부 활쏘기 체험을 위해 체험장에 모인 아이들이 궁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정예은 인턴기자
오후 4시가 되자 초등부 활쏘기 체험을 위해 체험장에 모인 아이들이 궁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정예은 인턴기자

 

원시인들이 췄던 춤을 보니 너무 신나요”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된 ‘전곡리안 시그널’은 드넓은 들판을 흥으로 물들였다. 30만 년 전 구석기 원주민들의 문화를 재연하기 위해 실제 원주민들이 입었던 옷을 입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판을 벌였다. 축제장 입구에서 시작된 원시인 퍼포머들의 길거리 행진과 퍼포먼스는 구석기 체험마당을 지나 들판 위 특설무대까지 이어졌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추는 댄서들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걸음을 멈춰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함께 ‘우가우가’를 외치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전곡리안 시그널 퍼포먼스는 40명가량의 댄서들이 줄지어 행진하고 특설무대에서 춤판을 벌이며 관객들과 교감했다.

 

2025 구석기축제를 방문한 어린 관람객이 퍼포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주현 기자
2025 구석기축제를 방문한 어린 관람객이 퍼포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주현 기자

 

■ 박물관에서 역사공부에 유네스코 한탄강 즐기는 투어까지

이날 관람객들은 석기 시대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곡 선사박물관에 방문해 과거의 역사를 탐구하는 학습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박물관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곡리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볼 수 있고 인류의 진화과정을 모형으로 관람할 수 있고, 구석기축제 특별전 ‘아름답고 슬픈 멸종동물 이야기’에선 사라진 과거의 생명체의 알아갈 수 있었다.

 

김덕현 연천군수는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 구석기 문명을 대표하는 소중한 유산으로, 과거 동아시아에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없다고 단정하던 유럽 중심의 역사적 이론을 뒤집은 가치와 인류 문명적 의미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오랜 역사의 전곡리 축제가 대한민국 너머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반려동물을 포함한 온 가족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현 연천군수가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조주현 기자
김덕현 연천군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주현 기자

 

이번 축제에는 3일부터 5일까지 청량리에서 전곡까지 축제와 관광지를 즐기는 하나투어의 ‘연천관광 기획전’이 열린다. 또, 유네스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중심지이며 재인폭포, 전곡시장 등을 둘러보는 연천시티투어도 즐길 수 있다.

 

한편 둘째 날인 3일에는 제6회 연천 전국 청소년 댄스경연대회가, 4일에는 ‘구석기 펫스타 콘테스트’와 ‘전곡리안 패션왕’ 및 캠핑을 주제로 유튜버 크리에이터 산적TV밥굽남이 함께하는 ‘구석기 밥상 대전’이 열린다. 어린이날인 마지막 5일에는 국민화합 특별공연과 불꽃놀이 및 드론쇼가 예정돼 있다.

 

▲구석기 축제 이모저모

 

○…오징어게임서 착안한 ‘전곡리안 서바이벌’ 인기

전곡리안 서바이벌게임 성인부 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기무성씨(가운데)와 그의 친구들이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예은 인턴기자
전곡리안 서바이벌게임 성인부 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기무성씨(가운데)와 그의 친구들이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예은 인턴기자

 

오후 1시께 축제장 입구 근처에 마련된 체험장에선 전곡리안 서바이벌게임이 벌어져.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2’를 오마주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바위 옮기기’, ‘복불복 사냥’ 등 3단계 미션으로 구성. 4일간 매일 오전엔 유치원생~중학생까지 참여하는 청소년부, 오후엔 고등학생~성인의 성인부로 나눠. 연령대에 맞춰 게임 난이도와 세부 미션들이 조정돼 모두가 즐겁게 게임에 참여. 이들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

 

이날 원시인 분장을 한 참가자들은 주변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성인부 서바이벌게임에서 2위를 차지한 기무성씨(26·서울시 성동구)는 “SNS에서 축제를 접하고 구석기 축제에서 원시인처럼 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달려왔다”며 “축제장도 넓고 체험마당 구성도 잘 돼 있어 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해.

 

○…올해 처음 시도한 ‘구석기 펫스타’, 반려견과 견주 모두 만족

 

구석기 펫스타는 반려견·반려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위해 올해 처음 시도. 도그워크부터 허들까지 다양한 어질리티를 활용한 장애물 넘기와 공 물어오기 등의 경기를 진행해 1위부터 3위까지 선정. 순위권에 든 강아지들은 별도로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추억 남겨.

 

축제장 안에서는 반려견 목줄 착용이 필수지만, 펫스타 구역에서만큼은 반려견들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어. 무료 놀이터인데다 중·소형견과 대형견을 위한 공간이 구분돼 있어 견주들도 만족. 펫스타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인규씨(40·남양주)는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많은데 반려견을 위한 놀이공간까지 있어 가족들과 나들이 오기 좋은 것 같다”며 “아이들도, 강아지도 즐거워하니 기쁘다”고 밝혀.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방문객들의 모습. 조주현 기자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방문객들의 모습. 조주현 기자

 

○…네이버웹툰 ‘원시인 김동우’와 함께하는 애완돌 만들기 눈길

 

체험마당 한 편에서는 ‘원시인 김동우’와 애완돌 만들기 프로그램도 진행돼. 전곡선사박물관의 자문을 받아 연재 중인 네이버웹툰 ‘원시인 김동우’는 변호사와 원시 소년, 두 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동우의 이야기를 다뤄. 방문객들이 돌에 그림을 그리고 소원을 적은 쪽지를 운영진에게 보여주면 보관용 캡슐에 담아 증정.

 

오후 2시께가 되자 부스 앞엔 애완돌을 만들기 위해 모인 가족 참가자들로 5m가 넘는 줄이 이어지기도. 10살 딸과 함께 애완돌을 만들고 있던 이무광씨(40·파주시)는 “애완돌과 소원 쪽지를 함께 보관하면 애완돌이 소원을 이뤄준다고 했다”며 “아이가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고 싶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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