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진료비’ 손발바닥농포증 등 건보 산정특례제 지정 10%만 부담 경기일보 ‘희귀질환’ 보도 후 큰 관심...“정부·지자체가 인식 개선 나서야”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 ‘고액 치료’ 수십년 상처... 비용 지원 ‘희망의 빛’
“두 달에 한 번 150만원을 내야 했는데, 이제 15만원만 내면 됩니다.”
올해부터 손발바닥 농포증이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이화정(가명·74)씨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더 이상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그동안 내던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되니 이제야 마음껏 치료를 받게 됐다고 말하는 이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지난해까지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제도를 적용 받지 못했다. 고액의 치료비는 온전히 환자들이 감당해야 했고, 비용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까지 속출했다.
이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25년 전, 갑자기 발에 난 두드러기가 얼굴을 뒤덮었고 매일 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시달리면서도 도대체 어떤 병인지 알 길이 없었다. 병원을 전전해야 했고, 고통은 점점 커져갔다. 주변 사람들은 이씨에게 편견의 시선을 보내며 그를 고립시켰다.
그렇게 병원을 돌던 끝에 한 대학병원에서 손발바닥 농포증이라는 병명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러나 그때부터 또다른 고통이 이씨를 기다렸다. ‘나을 수 없는 병.’ 의사는 치료를 받아도 나을 순 없지만,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150여만원이라는 고액을 두 달에 한 번씩 지불해야 했다. 결국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씨는 5년 만에 치료를 포기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그는 처방받은 연고로 가려움을 달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연말 희소식이 전해졌다. 경기알파팀의 희귀질환 연속 보도 이후 미지정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새롭게 손발바닥 농포증이 희귀질환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날을 떠올리며 이씨는 그동안 받은 수 많은 상처 중 하나를 치유받게 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희귀질환을 앓고 난 뒤 정부의 무관심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두 가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며 “이번에 손발바닥 농포증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서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고, 정부의 무관심이라는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진료비 영수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이씨는 한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진료비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희귀질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편견이 가득하다”며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두 번째 상처를 치유받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미등록 희귀질환자 관리… 손 놓은 정부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558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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