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유흥업소’ 홍보 노출 우려, 공공목적 외 모든 고보조명 불법 늦은 적발 시간·인력 부족 등 난항... 지자체 미단속 ‘행정적 문제’ 지적
“유흥 업소를 홍보하는 문구가 버젓이 아이들에게도 노출되고 있는데 단속을 안 해도 되는 건가요?”
지난 2일 오후 6시께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거리.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이곳 도로 한 가운데 고보조명이 설치돼 있었다. 조명의 가로 크기는 약 5m로 도로 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조명에는 ‘하이볼&칵테일’이라는 문구와 함께 상세한 가게 위치가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부천시 원미구 신중동역 인근도 상황은 마찬가지. 음식점이 즐비한 이곳에는 총 3개의 고보조명이 설치돼 있었으며 고깃집, 클럽, 노래방 등 가게 홍보를 위한 조명들 다수가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중 한 조명에는 ‘이쁜애 제일 많은 곳’이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A씨(40대·여)는 “바로 옆 건물에 아이들 학원도 많은데 지나다니다가 아이들이 이런 문구를 보게 될까 걱정된다”며 “이런 건 지자체에서 단속 안 해도 되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경기도내 공공목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한 고보조명(바닥조명)이 지자체 단속을 피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고보조명은 공공시설물 이용 광고물로 허가를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고보조명은 전자빔 등을 이용해 문자 및 도형을 투사, 보도의 노면에 표시하는 조명으로 적은 비용에 홍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고보조명의 경우 상업 목적은 불법임에도 유흥가를 비롯해 도내 곳곳에서 공무원들의 단속이 활발한 낮 시간이 아닌 밤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단속은커녕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중 단속 구역 위주로 불법 배너나 입간판 현수막을 대상으로 한 단속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며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밤에만 적발이 가능한 탓에 민원이 접수되지 않으면 확인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단속을 하지 않는 건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분명한 문제가 된다”며 “조명 자체가 불법인 데 거기에 불쾌한 문구를 담고 있으면 인권 침해 문제나 경범죄 등에도 해당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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