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본산이다. 지역 생산성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런 경기도가 접한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핵심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문제다. 여당은 예외조항을 특별법에 담자고 요구했다.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은 세제 지원 등을 우선 통과시키자고 했다. 근로시간 예외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결국 진통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질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비난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우리만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유연성 확보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의 경제 정책은 씹다가 버리는 껌인가”라며 비난했다. 뛰겠다는 연구원들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특별법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 조항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합의했다”며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장을 ‘무책임한 몽니’로 규정했다. 계엄으로 국가 경제를 망쳤다고도 했다. 여야의 논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를 빌미 삼은 정치 공세다. ‘근로시간’과 ‘세제 지원’의 방점을 서로 달리 찍고 있다. 한쪽을 편들 이유가 없다.
다시 한번 업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해 11월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입장이다. 정부에 대한 건의 형식으로 제시됐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업계 요구가 ‘52시간 예외 적용’에 있음이 틀림없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반도체는 내부에서 휘둘리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무죄’가 있었다. 10년간 19개 혐의로 수사하고 재판했다.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상고했다. 여전히 반도체 책임자를 재판에 묶어 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반도체 지원책이 남의 얘기다. 사법과 정치가 반도체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다. 이쯤 되면 망하지 않는 게 용하지 않나.
특별법은 통과돼야 한다. 각종 지원 정책도 포함시켜라. 주 52시간 제외도 포함시켜라. 그런 특별법이라야 반도체가 회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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