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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설 연휴에 불어온 딥시크 열풍

김명주 AI 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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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열풍이 뜨겁다. 우리나라 설 연휴가 시작되던 1월27일, 미국 증시는 딥시크 충격으로 흔들렸다. 독보적 그래픽 처리 장치(GPU) 공급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폭락해 시가총액 5천888억달러가 사라졌다. 중국 AI 발전을 견제해 미국이 수출을 금지했던 GPU H100보다 하위 제품인 H800을 딥시크가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궁즉통’(窮則通)의 살아있는 증거라는 칭찬이 딥시크에 붙여지기도 했다.

 

가장 크게 충격받고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미국이다. 과거 미국은 소련보다 과학 분야에서 훨씬 우월하다고 자부하고 있던 차에 1957년 10월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미국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중국의 딥시크는 AI 분야에서의 또 다른 스푸트니크 충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AI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마다 미국은 2위인 중국(65점)보다 월등하게 높은 1위(100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순위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10일 취임 후 3일 만에 향후 4년 동안 5천억달러(약 700조원)을 AI 인프라 조성에 투자하겠다는 ‘스타게이트’ 법인 설립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 ‘저비용 고성능’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내세운 딥시크의 출현은 미국의 열정과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왔다. H800마저 중국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로의 출력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해 학습데이터로 사용함으로써 챗GPT의 핵심 기술을 추출했다는 의심을 가지고 사실 조사에 들어갔다.

 

다른 나라에도 딥시크의 불똥은 튀었다. 2년 전 챗GPT가 출시됐을 때 개인정보 위법성을 근거로 3주간 전면 사용 금지를 명령했던 이탈리아 개인정보감독청이 이번에는 딥시크에 동일한 조치를 내렸다. 개인정보 처리 실태에 대해 20일 이내에 소명하라고 통보하고 딥시크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설 연휴 때문에 겉으로는 조용했던 우리나라이지만 700명 이상의 AI 전문가가 모여 있는 카톡방에는 수백개의 글이 올라왔다. 그중 인공지능 3위 G3 국가를 표명하는 우리나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과 재촉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물론 매스컴의 보도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달리 침소봉대한 부분도 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딥시크는 R1이라는 추론 모델이다. H800 GPU를 기준으로 278만시간, 총 55일 동안 훈련했으며 훈련비용은 겨우 558만달러밖에 들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은 R1의 이야기가 아니다. R1의 토대가 되며 R보다 한 달 전에 나온 딥시크 V3 모델의 이야기다.

 

R1은 V3-Base를 기반으로 기계 대 기계의 강화학습을 사용해 만든 추론형 모델이다. 따라서 기계가 출력을 생성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대상으로 강화학습을 진행하는 부분에도 엄청난 계산 과정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이 부분은 완전히 생략됐다. 그런데도 가성비가 기존 AI 모델보다 현격히 줄었다는 점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MoE’라는 최신 전문가 알고리즘을 전폭적으로 사용해 그런지, 아니면 저비용 고성능의 일반적인 AI 트렌드를 조금 일찍 앞서갔을 뿐인지는 좀 더 따져 봐야 한다.

 

딥시크 열풍에서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은 AI의 품질이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법을 만든 나라는 유럽연합이 아니라 중국이다. AI가 제공하는 답이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부분을 걸러내도록 생성형 AI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중국이 시행한 것은 2023년 7월쯤이다.

 

당시 중국 기업들은 생성형 AI가 한국보다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에 앞서 이 법을 기다려야 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공개된 거대언어모델(LLM)이라는 명예를 중국이 네이버에 넘겨준 것도 이 법의 실행 시기와 관련 있다. 이 법에 적용해 당성(黨性) 검사를 최초로 통과해 공개된 중국 제품은 바이두의 어니봇(Ernie Bot)이었다. 그날이 2023년 8월30일이다. 네이버의 하이퍼 클로바 X 공식 발표일인 8월24일보다 6일 뒤의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당성 검사가 AI의 품질, 특히 공정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글로벌 AI로서는 부적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기업 솔루션이므로 모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서버에 저장하며 법적 분쟁도 중국 법원에서 진행한다는 이용 약관이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 딥시크 열풍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성함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꼼꼼하게 분석하며 따져볼 사항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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