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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남 방송 피해 강화·대성동, 보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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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6개월 넘게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에 노출돼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마주한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 경기일보DB

 

북한의 기괴한 대남 방송이 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우·까마귀 울음소리, 쇳덩이 긁는 소리, 귀신 곡소리까지 다양하다. 하나같이 듣는 이에게 혐오감과 공포심을 준다. 고대 전쟁사에서나 등장할 법한 유치하고 원시적인 공세다. 이 유치한 공세에 노출되는 주민의 피해가 쌓여 가고 있다. 군사 대치 상황에서 오는 불가피한 피해라며 외면할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날 형편도 못 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분계선으로부터 2㎞ 정도 떨어진 강화도가 그렇다. 2024년 7월 이후 밤낮 없이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티로폼을 문에 덧대 방음을 시도해보지만 허사다. 밤에는 귀마개까지 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캠핑장, 낚시터 등은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폐업 상태다. 주민 민원이 강화군청을 거쳐 국방부에 전달됐지만 돌아온 답장은 매번 같다. “직접적인 해결을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이곳보다 더 심각한 피해 지역도 있다.

 

본보가 취재한 최전방 대성동마을이다. 북한 최전방 기정동마을과 불과 500m 거리다. 소음 피해가 그만큼 크고 직접적이다. 파주시가 지난해 11월 측정한 소음치는 70~80dB이었다. 기준치 초과를 넘어 청력장애까지 유발할 수준이다. 140여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건강 이상을 호소한다. 수면제, 두통제를 아예 달고 살다시피 한다. 불안 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 증세도 우려된다. 한마디로 일상이 다 붕괴됐다.

 

북한 대남 방송은 2018년 4월 중단됐다. 판문점 선언의 일환으로 성사된 합의였다. 그러다 2024년 5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 우리도 2024년 7월 대북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의 대남 방송도 시작됐다. 같은 방송이지만 내용은 천양지차다. 우리 대북 방송은 여성 아나운서의 선전과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귀신 곡소리까지 틀어대는 북측에 비하면 우리의 대북 방송은 차라리 음악 방송 수준이다.

 

북한 ‘귀신 곡소리’의 의도는 분명하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작전이다. 대북 방송을 무조건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럼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은 강화도·대성동 주민의 피해다. 파괴된 일상 생활이 벌써 반년을 넘기고 있다. 이 피해가 현실이면 그 보상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도 “주민 소송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자칫 안보 쟁송으로 번질 판이다.

 

오물 풍선에 이은 귀신 곡소리 방송까지 북한의 야만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에 상응하는 우리 군의 대응 작전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대의가 특정 지역 주민의 일상 파괴까지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주민 소송 개시를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주길 권한다. 일단 피해 마을에 가서 실상부터 파악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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