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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벨상과 인공지능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안학과 교수·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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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 시상 분야 가운데 컴퓨터과학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컴퓨터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기리며 1966년부터 튜링상이 제정됐는데 이후 컴퓨터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24년 노벨상 수상자에 컴퓨터과학의 일부인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 다수가 이례적으로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노벨 물리학상은 프린스턴대 존 홉필드 교수와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인공지능 신경망과 딥러닝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노벨 화학상은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수석연구원이 수상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개발해 화학 발전에 기여했다.

 

홉필드 교수는 인간의 뇌세포를 모사한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안해 인공신경망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후 힌튼 교수는 이를 개선해 볼츠만 머신을 개발하고 뇌 구조와 유사한 심층 신경망으로 ‘딥러닝’이라는 혁신적인 학습법을 제시했다. 그는 딥러닝의 선구자로, 요수하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및 얀 르쿤 메타 수석연구원과 함께 딥러닝으로 2018년 튜링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단백질 구조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단백질의 잘못된 접힘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로제타 폴드’를 개발했고 하사비스와 점퍼는 이를 개선한 ‘알파 폴드’를 통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빠르게 예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2024년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인공지능 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은 물리학과 화학, 두 분야에서 모두 그 영향력을 인정받으며 이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임을 분명히 했다. 인공지능을 등한시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개인과 국가는 앞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권력과 진보’라는 저서로 유명한 대런 아세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이번 202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다. 수상 직후 그는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는 5%에 불과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인공지능의 신뢰성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힌튼 교수도 맥락을 같이하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앞으로 인류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볼 것이지만 부작용과 역기능을 처리하기 위해 얻은 이득의 두 배를 쏟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현재 기술이자 강력한 혁신 성장동력으로서 개인과 국가의 미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 이에 따른 신뢰성 결여는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다. 이를 위해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은 ‘AI 안전 연구소(AISI)’를 국가 차원의 연구기관으로 설립해 필요한 기술과 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가장 신뢰성 있고 안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활용하는 나라로 빠르게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산업에 있어 거대 자본과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앞서가는 1위 미국, 2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세계 3위 국가(G3)로 올라서는 데 ‘안전한 인공지능 확보’는 가장 실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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