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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 먹으면 성적 오른대”…유행처럼 번지는 약물 복용 [약에 취한 대한민국②]

비의학적 용도… 부작용 우려, 작년 의약품 부당광고 ‘297건’
복용자·약사 등 인식개선 필요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약에 취한 대한민국 ② 의약품 오남용 만연

#고등학생인 한우리군(가명·18)은 최근 학교시험을 준비하면서 친구에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친구는 한군에게 ‘이걸 먹으면 공부 잘된다'며 약을 한 알 건넸다. 한군은 약 복용 후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느껴 온라인에서 직접 약을 찾아 구매하기도 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알게 모르게 공유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귀뜸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고은씨(가명·27)는 매일 서있어야 하는 근무 환경 탓에 다리가 부어 항상 고민이었다. 다리 붓기가 신경쓰였던 김씨는 직장 동료들도 같은 고민으로 정맥순환개선제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을 구매해 복용했다. 일반의약품이어서 별도의 의사 처방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다리가 부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운동이나 휴식 등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약에 의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특정 증상의 치료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을 유행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경기일보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온라인에서는 원래 약물의 목적과 달리 ‘입에서 입으로’, 제3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소문이 떠돌고 이를 처방받는 방법과 복용 사례 등도 공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ADHD 치료제인 A의약품은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공시생과 수험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국내에선 구매가 어렵다며 간편하게 직구를 할 수 있는 방법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맥순환개선제인 B의약품을 검색하자 ‘얼굴이나 다리 등 신체의 붓기가 걱정된다면 복용해보라’는 권유글이 쏟아졌고, 당료치료제인 C의약품은 다이어트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며 ‘외국에선 영양제처럼 먹는다’ 등의 내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이 같은 정보들은 약품들의 판매 과정에서 나온 과대·과장 광고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등에 대한 불법 광고와 판매 행위 등에 대해 집중 점검한 결과, 297건의 부당광고가 적발됐다. 적발 현황을 보면 주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있는 약품을 판매하면서 ‘공부 잘하는 약 팔아요’라고 광고를 하거나, ‘뇌 기능 강화제’라며 식품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정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의약품은 복용자의 상태 등에 따라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처방 과정부터 복용까지 신중함이 필요하다”면서 “의약품을 보조제 정도로 여기고 오용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용자뿐만 아니라 약사, 의사 등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 센터장은 “온라인 등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무분별하게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약사도 있다”며 “약물 복용자를 비롯해 의사와 약사 등 모두가 약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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