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촌에서 코로나19 장기화를 거치며 외국인 일손마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이천시 호법면의 한 농촌 마을.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상범씨(55·가명)는 ‘일손’을 묻는 질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의 하우스엔 가을이면 시금치가 자라나고 봄엔 상추가 재배된다. 이즈음이면 상추 파종시기를 맞아 한창 바빠야 할 때였지만, 김씨의 하우스는 텅 빈 상태였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인력이 줄어들어 이젠 농사를 지을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며 “소규모로 작물을 재배하던 이들 중 일손을 구하지 못해 진작 농사를 포기한 사람도 많다”고 털어놨다. 채소값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인근 공장에서 월 50만~100만원씩 웃돈을 주고 외국인 근로자를 빼가는 것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날 오후 여주시 대신면의 농촌에도 농사 일로 북적북적 바빠야 할 들판이 텅 빈 모습이었다. 2만㎡에 달하는 하우스에 콩을 비롯한 작물을 20년간 키워온 조대영씨(52·가명)도 인력 이야기에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어렵사리 구한 외국인 근로자 4명에게 월 300만원에 가까운 급여를 주고 있는데, 이마저도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이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탓에 농촌에선 더 이상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끼리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서로 ‘상대적으로 쉬운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커미션(알선비)을 떼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눈 뜨고 인력을 뺏기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경기지역 농가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2019년 7천159명에서 2020년 5천923명, 2021년 4천976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유입의 기점이 된 2019~2020년의 감소폭이 눈에 띄게 컸다. 이와 별개로 농번기처럼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들여오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9년 도내 농가에 76명이 배치됐지만, 이후로는 단 1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양성범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촌의 고질적인 노동력 공백”이라며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복지예산 투입을 통한 공공근로자 활용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3월부터 농촌 인력 문제와 관련한 TF팀을 구성해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르면 5월 말 1차 정책안이 나올 예정이며, 이번 기회에 도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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