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에 있는 청계사의 관세음보살상에 전설의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해서 매일 수천명, 많게는 수만여명이 절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난 13일 처음 알려진 뒤 17일에는 ‘우담바라 친견 108일 무차대법회’도 거행돼 임창열 경기도지사 내외, 강상섭 의왕시장,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부인인 한인옥 여사 등 3천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신라시대 때 창건돼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 시중 조인규에 의해 중건된 청계사의 극락보전법당 관세음보살의 좌불상 왼쪽 눈썹위와 아래로 1.5㎝ 크기로 21송이가 피어난 우담바라꽃을 두고 국가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났다고 칭송하는가 하면 불심이 부족한 일부 중생들은 ‘곰팡이가 아닐까’하는 의심도 품었다.
식물도감 어디에도 우담바라(udumbara)라는 식물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이희승박사가 펴낸 국어대사전에는 ‘우담바라’가 ‘인도의 상상속의 식물로서, 3천년에 한번씩 꽃이 핀다는 것으로, 이 꽃이 필 때는 금륜명왕(金輪明王)이 나타난다 함’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런데 대전대 생명공학부 남상호 교수(곤충학)가 “청계사에 핀 우담바라는 풀잠자리 알”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애벌레가 알을 빠져 나갈 때 알 껍질이 벌어지기 때문에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풀잠자리 알 껍질은 실크 성분이기 때문에 알에서 애벌레가 나오더라도 잘만 보존하면 그 형태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곤충 분류학자인 충북대 농생물학과 조수원 교수도 “풀잠자리는 9월에서 10월에 특히 많이 눈에 띈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주위를 둘러보면 풀잠자리 알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풀잠자리가 왜 하필이면 청계사 불상에 알을 낳았는가.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종교는 과학을 초월한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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