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라니냐’‘국지성 집중호우’‘가뭄’‘열대야현상’‘오존주의보’.기상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다. 최근 이같은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매년 되풀이 되면서 우리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촌은 20세기말 들어서면서 이런 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의 대홍수, 미국의 폭설피해, 동남아시아의 가뭄, 중동 사막에 집중폭우 등등. 이같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지난 20여년간 전세계적으로 2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헤아릴 수 없는 재산피해를 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은 왜 빚어지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이 있다. 그러나 일부 관측자들의 추측대로 인간의 자연파괴로 지구환경의 균형상실로 인한 결과라면 그 문제는 심각하다.
수십억년간 자체조절 메카니즘을 통해 균형을 유지해 온 지구환경이 그 균형을 잃어버렸다면 앞으로 닥쳐올 일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단순 이상기후일 수도 있고 혹은 이같은 현상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빚어지는 현상일 수도 있다.
지구환경은 그동안 수십년 또는 수백년의 긴 주기로 변해왔기 때문이다.
이상기후 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구온난화다.
온난화는 이산화탄소(㏇₂), 메탄(CH₄) 등 이른바 온실가스가 지구의 열(복사열)을 대기권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차단해 지구가 온실처럼 더워지는 현상이다.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사사키 이치로 정치학교수(60)는 “전 세계가 빠르게 도시화되면서 자동차, 전기, 공장 등 화석연료 사용 증가, 인체의 열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앙이 지구의 온난화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사키 교수는 지구의 온난화로 지구온도가 2∼3도 상승하면서 남·북극의 얼음을 녹여 해수면 상승, 이에 따른 해안지대 침수, 해일·태풍 빈도 증가 및 경로 변경, 가뭄과 홍수 빈발, 생태계 파괴 등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대책은 탄산가스 등 온실가스의 방출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같은 심각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약하다.
최근들어 환경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실천력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일본현지에서 만나본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이같은 인식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렇다면 일본의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은 어떠한가.
동경의 가스를 공급하는 ‘동경가스’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정책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해질막을 이용한 연료전지 개발, 열병합발전 등 가스활용 방법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등 탄산가스의 방출을 24%이상 줄이는 기술개발에 연간 40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포함된다. 동경가스는 2003년이면 연료전지가 실용화될 수 있고 가스라인이 설치되지 않은 산간·오지 등에도 연료전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연료전지 개발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지난해부터 실행됐고 우리나라는 아직 검토단계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녹지훼손, 교통난, 쓰레기 배출, 대기질 악화 등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데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환경지자체연합이 대표적인 환경친화적 자치단체로 꼽고 있는 곳이 가마쿠라시.
도시비율이 65%인 가마쿠라시는 도시환경 보전을 위해 ‘가마쿠라 다이어트’를 선언했고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소하기 위한 ‘환경티켓제’를 실시하고 있다.
가마쿠라는 이를 위해 지난 94년 지구환경 보전 등 6개 기본틀과 18개의 목표를 설정한 조례를 제정, ‘순환형 사회’로 나아가는데 시청과 주민들이 합심, 각 부문별로 만든 행동지침을 실천하고 있다.
가마쿠라는 우선 2005년까지 쓰레기 발생량을 20% 삭감하기 위해 재활용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탄산가스 절감과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해 연간 1천만명이 찾는 관광객이 타고 온 차의 시내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시 외곽에 조성한 3곳의 대형 주차장에 타고 온 차를 주차하고 시내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시 요금을 10%로 할인해 주는 환경티켓제도 운영하고 있다.
가마쿠라시청 직원 나이토 가지노리는 “지역 환경오염이 지구적 환경오염으로 확산되는 만큼 지역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환경기본조례 제정의 기본이념”이라며 “행정 주도가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시립대학원에서 만난 대학원생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지역정책도 중요하지만 지구적인 연대가 절의실하다며 이에 대한 연구와 제언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대학 3학년생인 샤샤이 모또상과 애미상은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생활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절전프로그램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동급생인 쓰루타상은 ‘동북아시아의 연대’에 대한 제언을 위해 정책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학생들을 이끄는 사사키 교수는 “대기는 국경이 없다. 매년 봄이면 중국에서 넘어노는 황사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대기가 악화되고 있다. 또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는 이같은 대기악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제는 필요하다. 중국-한국-일본이 공동대처하고 구체적인 실천사업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인류의 생존이 달린 도시환경 문제는 이제 더이상 한 국가, 지자체의 과제만은 아닙니다. 지구적 연관성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도시연합과 지자체연합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유럽과 미국보다는 개발과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국가와 지자체간 횡적연대가 절실한 때입니다.”
사사키 이치로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정치학교수(60)는 도시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산림훼손 등 지구환경 파괴에 따른 대안으로 동북아의 연대를 주장했다.
사사키 교수는 인류 멸망의 시기를 향후 80년으로 제시했다.
현재 전세계 도시가 메트로폴리탄화되면서 도시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 개발로 인한 산림파괴 등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인해 각종 재앙이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면서 지구는 종말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사사키 교수는 주장했다.
사사키 교수의 주장에 대해 미국의 기상전문연구소인 월드워치센터도 동조하고 나서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다.
그는 동북아 국가와 지자체의 연대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현재 34%에 불과하지만 49%가 되는 2020년에는 중국 도시인구가 15억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즉 서해안지역에 서울과 같은 도시가 10∼12개가 들어서는 개발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도시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식량, 에너지를 고려한다면 그 소비량은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또 매년 봄이면 중국에서 황사가 한국과 일본으로 날아오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이들 국가와 지자체의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 도시들이 자기 지역 중심의 미래 설계와 함께 지구적 연관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또 지역적으로 이산화탄소 삭감을 위한 에너지시스템 전환, 친환경적이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선진국형 사고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기업과 NGO간의 연대를 통한 실천적인 대안제시도 중요하다.
중국, 한국, 일본은 이미 94년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지만 실천적인 면에서 전무했다. 이제 생활측면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기업, NGO, 대학 등이 연계성을 갖고 구체적인 실천협약을 이뤄낼 때이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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