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사라지고 있다.’
전 국토의 70%가 산림인 한반도의‘울창한 숲’이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마구잡이식 개발로 급속도로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국토가 점차 허파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은 이른바‘난개발’이 이뤄지면서 곳곳에서 산 전체가 아파트단지로 바꿨는가 하면 산허리가 잘려 나가는 등 산림훼손이 어느 지역보다 심각한 상태다.
경기도가 발표한 99년 지목별 통계표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임야 1만9천㎡, 논 1만2천㎡가 각종 개발명목으로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부지역의 명산인 광교산을 병풍처럼 끼고 있는 용인시 수지읍 신봉리 일대.
수려한 산세덕분에 지난90년대 초반부터 외지인의 별장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 ‘별장촌’으로 유명한 이곳은 자연환경을 무시한 난개발로 산림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양지말로 이어지는 계곡 상류 곳곳에서 4개의 크고작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말 준공을 앞둔 8개동 70가구 규모의 S아파트 건설현장은 무려 1만3㎡의 산림을 까헤친채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바로 옆에서는 2차분양을 위해 2만4천㎡의 산림을 훼손, 절토된 산에서 황토흙이 흘려내려 흉물스런 모습이었다.
길을 따라 산중턱에 다다르자 3층 철골구조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모종교단체가 기도원을 짓기위해 2천300㎡의 나무를 베어내고 정지작업을 끝낸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한 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던 것. 빼어난 산세를 갖춘 인근의 별장단지에는 또다시 1천㎡의 산림이 파헤친채 별장 5채를 짓고 있었다. 또 산 중턱에는 한 민간업체가 빌라를 짓기위해 200여㎡의 산림을 파헤쳐 놓았다.
‘난개발의 대명사’란 오명이 붙은 용인시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만 무려 198만㎡의 산림이 훼손됐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던 산허리는 뚝 잘린채 흉물스런 옹벽으로 에워 싸였고 아파트 단지안쪽에는 어느쪽을 둘러봐도 자연녹지가 없다. 사방이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촌 뿐으로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7개 건설업체에서 92개동의 아파트를 신축중인 성복리일대도 산자락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정모씨(43·여)는“개발도 좋지만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그나마 남아있는 수지읍의 녹지는 전부 사라질 판”이라며 분개했다.
고양시의 허파로 불리어지는‘풍동숲’도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오는 2002년 상반기까지 일산신도시와 인접한 풍동과 식사동 일대 83만5천㎡에 아파트 8천163가구를 공급하는‘풍동지구 택지개발계획’을 수립, 경기도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05년까지 이 일대 90만4천㎡에 7천가구 2만5천여명이 입주하는‘일산2지구 택지개발계획’이 수립중에 있으며 연말안으로 도의 승인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훼손되는 산림은 무려 72만6천㎡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7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방대한 면적이다.
이처럼 주공이 울창한 산림을 사업구역에 포함시킨 것은 임야가 대지나 준농림지보다 보상가격이 싸고 저지대를 메울 수 있는 토취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풍동숲 살리기 고양시민의 모임’은 산림을 파괴하는 택지개발에 반대한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을 천명했다.
또 양평,여주 등 청정지역으로 자리매김해온 남한강 주변 지역들도 아파트에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전원주택단지로 울창한 산자락이 여기저기서 훼손되는 등 경기도내 전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숨쉴곳을 잃어가고 있다.
인천도 마찬가지로 가현산-계양산-철마산-소래산-문학산-노적산-청량산까지 S자형 녹지축이 형성돼 있으나 도로나 주거단지 조성으로 인해 곳곳이 끊겨 녹지가 도심의 허파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카톨릭환경연대와 인천의제 21실천협의회는 인천지역 녹지축의 단절실태와 숲의 건강상태를 파악키 위해 녹지탐사대를 구성,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흥대학 박태규교수(50)는“무분별한 산림훼손은 기후변동을 초래하며 물 수급에 차질은 물론 생태계 교란이 올수 있다”며 “산소량이 감소돼 사람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더 이상을 산림훼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녹지 어떤 역활하나◇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오늘의 현실에서 녹지는 필수불가결하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많이 배출, 뛰어난 대기정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도시 주변의 숲은 열섬 현상을 완화시켜 주는 천연에어컨 역활까지 한다.
미국 시카고의 가로수와 정원수가 연간 약 73억원어치의 대기오염 정화기능을 하며 냉난방 비용도 7%나 절약해 주는 것이 좋은 예다.
그래서 선진국은 도심의 허파 역활을 하는 숲을 늘리고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시민들은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숲속에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면 앞다퉈 고발할 정도다. 숲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고 생활의 터전임을 너나 없이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개발이란 미명아래 산세수려한 산림은 마구 망가 뜨리고 있다. 갈수록 산림의 공익적, 환경적 기능은 커지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개발하기에 앞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환경을 조성할 때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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