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짐승 가운데 왕인 사자가 곰과 원숭이, 토끼를 시종으로 삼았다. 그런데 차차 지내보니 곰은 미련하기 짝이 없고 원숭이는 너무 교활했다. 토끼는 살살 눈치만 보면서 잔 꾀를 부렸다. 그래서 사자는 무슨 구실이라도 만들어서 이 세 시종들을 모두 잡아 먹어 버려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어느 날 사자 왕이 세 시종을 불러다 놓고 커다란 아가리를 쫙 벌리며 물었다.
“내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곰은 비린내가 너무 고약하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자왕은 대왕의 체면도 돌보지 않고 마구 말을 하니 죽어 마땅하다고 곰을 잡아 먹었다.
원숭이는 “냄새가 정말 향기롭다”고 말했다. 왕을 속이는 교활한 놈이라고 원숭이도 잡아 먹었다.
토끼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인은 요새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서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습니다. 며칠 후 감기가 물러가면 다시 맡아 보겠습니다”
사자왕은 하는 수 없이 토끼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밖으로 나온 토끼는 그 길로 깊은 산속을 향해 줄행랑을 쳐버렸다.
요즘 한국사회에는 정계와 재계 등 가릴 것 없이 실권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곰 같은 사람이 적다. 원숭이 같이 아부하는 부류들이 더 많고, 토끼처럼 살아남을 궁리만 하려고 잔꾀를 부린다. 토끼처럼 임기응변에 능한 자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 일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은 이렇습니다’라고 곧이 곧대로 말하지 않는다. 금방 죽임을 당하더라도 사자 입에서 냄새가 지독히 난다고 직언하는 곰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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