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 한우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한우리 이용인들과 가족들의 신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장애인주간이용시설은 발달장애인 등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낮시간 동안 각종 프로그램과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가족은 돌봄 부담을 덜고 이용자는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인 당사자단체에서 23년간 활동하며 지금은 한우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분명히 실감하는 것이 있다. 복지정책은 현장을 관통하지 않으면 공허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영역에서 돌봄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삶을 실제로 담아낼 수 있는 구조와 철학이 필요하다.
현재의 주간이용시설은 청장년기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에 머물러 있고 다양한 장애 유형의 이용인과 점점 고령화되는 이용인의 건강, 정서, 여가, 재활 등 복합적인 욕구를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 그 결과 가족들은 시설 이용 이후에도 여전히 일상의 돌봄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이는 단지 서비스의 양적 부족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설계된 결과다.
이제는 기존 주간이용시설 인프라를 중심에 두고 각 장애 유형 및 고령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합형 맞춤 프로그램이 결합돼야 할 시점이다. 의료지원, 물리·작업재활, 이동지원, 심리정서 회복 등 다양한 영역이 통합된 모델은 단순히 예산의 효율성뿐 아니라 당사자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복지의 본질은 ‘사람을 사람답게’다. 그러므로 돌봄 정책은 더 이상 ‘신설’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지금 존재하는 살아 있는 인프라에 온기를 불어넣고 기능을 재정립하는 일이 우선이다. 여전히 현장을 지탱하는 시설과 전문인력, 그 안의 삶들에 정책이 다시 연결돼야 한다. 당사자가 있는 곳에 역할을 더하고, 있는 곳에서 당사자는 성장과 나이듦을 겪어야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센터를 떠나 또 다른 자리에서 다시 당사자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한 성남시장애인복지과와 지역의 인적자원, 그리고 무엇보다 한우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이용인과 종사자, 가족들이 보여준 깊은 신의를 잊지 못할 것이다. 어디에 있더라도 현장의 누구도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굽은 길을 바로 세워 함께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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