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곳을 가나 도로명 주소가 보였다. 2014년 우리나라도 도로명이 도입돼 시행 중이다. 행정동과 법정동이 따로 있어 헷갈리기도 하지만 옛 지명이 아직 익숙하다. 사는 동네를 잊어버릴 순 없는 것이다. 매산로2가는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이다. 수원역 근처라 아직 여관, 여인숙 등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기억공간 잇~다에서 전시를 끝내고 오는 길에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를 이 거리를 지난다. 따지고 보니 이 도시에 살면서도 가지 않은 길이 너무나 많다. 모든 길은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오늘은 어반 스케치의 소재를 살피다가 이 낯선 길을 만났다. 그래도 옛날 건물은 요즘 건물들과 달리 붉은 벽돌집이 많아 나름대로 멋이 있다. 교외엔 찔레꽃,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고 산천초목이 신록을 지나 점점 짙푸르다. 모처럼 북한강변 미술관들을 둘러봤다. 서호미술관, 한강미술관, 모란미술관 등 각기 다른 운치와 규모 있는 전시를 하고 있었다. 현대미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어 난해하지만 신선하다. 이런 걸 보면 아날로그 세대에서 이어온 작업관을 어떻게 바꿔 가야 할지 의문이다. 우리 교실에 비교적 젊은 김희선님이 있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학부모라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간다. 3시간의 취미 생활에 집중하다가도 생활전선에 바삐 투입돼야 하니 분주한 시절이다. 그의 조용한 성격처럼 그림도 고요하다. 세상도 더러 고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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