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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인천 바다와 백사장

최재용 인천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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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태생이 ‘물의 도시’다. 인주(仁州)라 불리던 이름이 조선 태종 때 인천(仁川)으로 바뀐 것도 물(川), 곧 바다가 있는 고을이어서였다. 하지만 지금 인천시내에서 바다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해안 대부분이 철책 등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막아 놓은 가장 큰 이유는 안보(安保)와 보안(保安)이다.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상황, 항구와 같은 국가 중요시설의 안전 때문이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같은 최첨단 기술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이런 구태의연한 방법밖에는 바다를 지킬 다른 수단이 과연 없을까.

 

다행히 인천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해안 철책들이 조금씩 걷히고는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화·옹진군의 북한 접경지를 뺀 인천지역의 바다 경계 철책 67㎞ 중 21㎞가 그동안 철거됐다. 또 올해 4.2㎞가 철거되며 나머지의 철거 문제도 시와 군(軍)이 계속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철책 철거에 맞춰 제안하고 싶은 것이 백사장이다.

 

연수구와 연수문화재단은 지난해 여름 송도달빛공원에서 연 ‘해변축제’ 때 행사장 안에 인공 백사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넓지는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모래놀이를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한 주일가량의 축제가 끝나니 많은 돈을 들여 애써 만든 백사장을 모두 철거해야만 해 아쉽고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자못 들었다.

 

이런 면에서 철책이 없는 바닷가 중 가능한 곳에 시가 백사장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한다. 비록 거기서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까지는 못 한다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멋지고 운치 있는 인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전문 지식이 없어 무척 조심스럽지만 인천 앞바다의 큰 조수간만(潮水干滿) 차이 때문에 썰물 때 모래가 바다로 쓸려나가는 문제만 막을 수 있다면 이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라 본다.

 

인천시가 요즘 추진 중인 중구 을왕동 왕산지구 연안 정비사업에서 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 사업은 왕산마리나 시설을 만들면서 생긴 조류 변화 때문에 왕산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자꾸 깎여 나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는 이곳 백사장에 4만6천㎥의 모래를 채워 넣은 뒤 모래가 쓸려나가지 않도록 바다 쪽에 둑을 쌓을 계획이라고 한다. 인천시내의 다른 해변에서도 이런 방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백사장을 만드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또 만들면 끝이 아니라 계속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를 해야 하니 시로서는 부담이 꽤 클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인천에서는 인천이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됐다는 자랑이 많이 들린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인정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너무나 많다. 해운대로 상징되는 바다와 백사장만 떠올려도 인천이 환경이든, 관광이든, 도시의 품격이든 부산을 넘어서려면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해안 백사장 조성은 그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쓸 여러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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