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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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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고립·은둔, 가족·사회 역할 재조명해야

김재훈 경기도의원(국민의힘·안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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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히키코모리’보다 더 익숙한 고립·은둔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거나 낯선 일이 아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방 안에 머물며 삶의 활력을 잃어 가는 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보편적이고 시급한 과제가 됐다. 2024년 경기복지재단이 실시한 ‘경기도 고립·은둔 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청년(19~39세) 인구 약 369만명 중 5.9%(21만7천명)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립·은둔의 특성상 대외적인 노출을 기피하거나 지원 체계와의 접촉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규모는 통계에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립·은둔을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시각이다. 청소년·청년기에 발생하는 사회화의 좌절은 경제적 어려움, 교육과 진로의 불확실성, 관계의 단절, 심리적 상처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없이는 결코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경기도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서 일자리 제공, 심리 상담, 재사회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충분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립·은둔 당사자들은 사회적 시선과 두려움으로 인해 기존 지원 제도에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처방이 아닌 당사자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고립·은둔 청년을 둔 부모들은 막막한 현실 앞에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자녀를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노심초사하거나 잘 못 대응해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면서 가족 전체가 함께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고립·은둔의 영향은 당사자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족에 대한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적 기반으로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이 당사자의 회복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가족 지원이 있어야 한다. 첫째, 가족 구성원들이 겪는 심리적 소진과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건강 지원과 활력, 자조모임 프로그램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 둘째, 가족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고립·은둔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자녀와 공감·소통하는 등 효과적인 대응 역량을 길러야 한다. 셋째, 고립·은둔 자녀의 회복과 사회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사회가 지원해 가족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지원은 고립·은둔 당사자에게 안전한 회복과 사회 이행, 자립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고립·은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고립·은둔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삶의 위기이며 이들을 향한 이해와 존중의 시선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고립·은둔 문제는 결코 개인의 몫이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함께 풀어 가야 할 사회적 과제다. 특히 당사자와 가족을 함께 돕는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더 이상 세상과 단절된 채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고립·은둔이 더는 삶의 끝이 아닌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따뜻한 관심과 연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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