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광교 로컬푸드 옆에 카페 109가 보인다. 봄날 아침, 올해도 사월 스케치는 이곳 전원 풍경을 택했다. 이슬 맺힌 아침은 다소 쌀쌀하다. 목장과 마을을 한 바퀴 답사하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수상한 듯 기웃댄다. 그림 그리러 왔다고 하자 엉겅퀴처럼 곤두선 표정을 낮달처럼 하얗게 밝혔다. 수강생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 모습이 신선하고 진지하다. 할아버지는 이 주변 카페와 건물의 주인이라며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꺼냈다. 올해 한 살 빠지는 90이라며 1967년 상수도보호시설 공사 때 이곳에 왔단다. 이전엔 대학 레슬링부에서 선수 생활을 하셨다는데 고향은 이북이라고 한다. 1969년 전기불도 없고 차도 다니지 않던 이곳에 젖소 두 마리와 정착했다며 자신을 이석삼으로 소개했다. 소는 불어나 100마리에 이르렀고 그는 2천평, 1천평, 600평 광교산 길 일대를 구석구석 사들였단다.
하지만 혼자 잘사는 게 즐겁지 않아 22가구의 주민에게도 젖소 키울 것을 권장해 지금까지도 이곳저곳 목장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 심재덕 수원시장 재임 시절에서 상수도 보호를 위해 목장을 옮겨주길 원해 카페 주변 1천평만 남긴 채 다 팔아 버렸다며 홀가분해하신다. 그와의 목적 없는 대화를 마치고 스케치도 마쳤다. 함께 맛난 밥과 커피도 나누고 쑥 냄새 가득한 봄길을 돌아온다. 산과 들이 연둣빛 신록으로 물들어 간다. 봄의 언어와 꽃의 흔적이 지워진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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