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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시·정시 통합 논의가 탁상공론이 안 되려면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前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초대 회장

수시·정시 통합 논의가 탁상공론이 안 되려면

-대입개편에 제언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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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前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초대 회장

수시 정시 통합은 ‘입시 빅뱅’이라 할만하다. 다양화 입시에서 단순화 입시로 전환을 의미한다. 탁상공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수용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주장에 고등학교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9월 원서접수로 파행을 겪고 있는 3학년 2학기 교실의 정상화에 근거한다.

 

대학은 소극적으로 보인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고 경쟁률이 높은 대학은 수시 정시 통합으로 전형 일정이 단축되면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쟁률이 낮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은 학령인구 절벽시대에 다양한 입시제도보다는 학생 모집이 쉬운 단순한 입시를 선호한다. 입시제도 다양화보다는 학생 충원에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느냐가 관심사다. 결국 대학은 전형 운영 기간과 충원 기간의 확보가 숙제다. 전형 운영 기간은 지원자와 직결된다. 수시 정시 통합으로 수능시험 직후인 11월 원서를 접수하면 수험생이 대략적으로 수능성적을 예상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대폭 낮아질 것이다. 전형 간 통합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수시 정시 통합으로 현재 수준의 충원 기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 수시 정시를 그대로 두고 전형 일정만 11월로 늦추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시 합격자는 정시에 지원할 수 없어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안이 될 것이다.

 

학생은 다양한 입장을 보인다. 대학이 전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생부와 수능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 수능이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1차모집은 학생부 서류평가와 면접+수능 최저 활용 또는 학생부 교과성적100%, 2차모집은 수능+학생부 교과성적 또는 수능 100% 전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능과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학교 교육이 내실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수능의 영향력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절대평가 신(新)수능이 기초학력평가의 잣대가 되고 학생부로 학업태도와 의지, 탐구력, 인성 등 학교생활 충실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시 정시 통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일정 조정과 함께 절대평가 수능시험 개편 논의가 필수적이다. 수능성적이 상대평가면 대학은 한 줄 세우기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수능점수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수시 정시 통합이 점수로만 학생을 선발하던 과거 입시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AI융합, 다양성 시대에 역행한다. 고등학교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면 수능을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아니라 ‘고교’ 졸업학력검증고사로 변경도 검토할 만하다.

 

과거 우리나라 입시제도 실패에서 찾은 교훈은 ‘입시가 교육을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입시를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문제를 낳았다. 대학 입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단순화돼야 한다. 수시 정시 통합으로 입시 준비는 단순화되고 학생부와 수능의 조합으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 [특별기고] 수시·정시 통합 논의 시작할 때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1058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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