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정 여주시 산림조합장
최근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우리의 소중한 숲이 사라지고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산림도로(임도·林道)가 없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경남 함양·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등 50여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수십년간 가꿔온 산림과 주택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원 영동과 경상도 동해안 지역이 ‘푄 현상’과 ‘양간지풍(襄杆之風)’ 등의 영향으로 산불에 취약했으나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산불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작은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가면서 급격히 확산하는 비화(飛火)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대형 산불의 원인을 소나무 침엽수림에서 찾으며 불에 강한 참나무류를 심어야 한다거나 자연 복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종으로 그 지역에서 가장 잘 적응한 나무다. 문제는 소나무 자체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림의 50% 이상이 조림 후 50년이 경과한 장령림(長齡林)으로 변화하면서 나무 사이 간격이 좁아지고 가지가 발달해 수관화(樹冠火·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가 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 땅속에서 계속 타는 지중화(地中火)에도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달 들어 산청에서 산불 진화 도중 발생한 인명 사고는 노령화된 진화대원의 미숙한 대응이나 장비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임도가 부족한 탓이 크다. 산불 확산을 차단하고 신속한 진화를 돕는 임도는 산림 관련 학계와 임업계에서도 반드시 확충해야 할 인프라로 지목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ha당 4.1m로 일본(24.1m)이나 독일(54m)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임도를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확충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러나 임도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산불 방지와 산림 보호를 위한 필수 기반 시설이다.
이를 활용하면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들음병 같은 산림 병해충 방제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조림, 숲 가꾸기, 임산물 생산이 원활해져 임업인의 원가 절감에도 기여한다. 산불 진화 임도는 특히 야간 산불 진화에 필수적이다. 헬기가 야간에는 운항할 수 없어 진화 작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은 임도는 진화 효율을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또 생활권 주변에 임도를 조성하면 산림 레포츠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지역주민의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산불 진화 임도는 기존 임도보다 도로 폭을 넓혀 조기 진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야생동물 먹이 공급대, 이동 통로, 생태 통로 등을 함께 조성하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불은 더 이상 산악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권 주변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속한 산불 진화와 예방을 위해 산불 진화 임도의 확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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