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과 봄이라는 단어는 어느 곳에 심어도 향기가 있다. 흙을 일궈 파종하고 빨랫줄의 하얀 옥양목 빨래가 마당을 덮던 삼월 삼짇 무렵의 풍속도가 그려진다. 봄을 맞는다는 의미를 담아 어반스케치 전을 기획했다. 타이틀을 ‘아스팔트 위에 핀 꽃’이라고 한 건, 도시가 주는 삭막함에 어렵게 비집고 나온 꽃을 봄 화단에 이식해 보자는 뜻을 길어 온 것이다.
60 여명의 수강생이 참가했다. 자아의 정체성은 멀리서 보아야 비로소 전체가 보인다. 수업 시간에 정신을 쏟았던 작품들이 옹기종기 걸렸다. 호두야 카페, 간판은 고상한데 주인장 신경순 선생은 희로애락을 저버린 듯 무표정하다. 마치 매생잇국 표면 같아 속을 들여다 보기엔 천불만 난다. 그렇다고 사씨 남 정기의 사씨와 교 씨, 혹은 이몽룡의 장모나 박씨전의 박씨부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수원의 전설 극단 성의 김성렬 대표는 연극에 혼을 쏟다가 몇 해 전 저세상으로 가셨다. 내가 아는 단오 카페의 표 수훈 사장과 호두야 카페의 신 사장은 선후배 간으로서 김성렬 선생의 제자들이다. 어찌 됐든 행궁동 현대미술팀까지 참가한 이 전시가 모쪼록 봄비처럼 촉촉한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황량하고 외로운 도시, 인정의 가뭄과 사랑의 도탄에도 개나리 진달래 꽃물처럼 예뻐 너와 나의 가슴이 행복으로 물들였으면 좋겠다.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예술)은 존재한다’는 최승자의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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