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방 양극화 심화’ 주택 수 아닌 보유자산 금액으로 규제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방 경쟁력 키워야
서울시가 쏘아 올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 집값이 고장 난 폭주 기관차를 보는 듯 치솟고 있다.
전형적인 상승장에서나 볼 수 있는 매물 회수나 호가 올리기가 강남 현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족쇄가 풀린 서울의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집값이 오르자 압구정 반포 등 상급지는 물론이고 서울 내 다른 지역들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으며 과천, 판교, 분당 등 수도권도 덩달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일부 지역만 바라보면 한여름이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다. 지방은 미분양도 문제지만 수도권으로 빼앗기고 있는 인구와 자금 유출이 더 심각하다. 서울 상위 20% 고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7억3천666만원으로 전국 하위 20% 아파트 평균인 1억1천620만원과 23.6배나 격차가 벌어졌다. 당연히 서울 상위 20% 아파트는 12개월 상승이고 전국 하위 20% 아파트는 28개월 연속 하락 행진 중이다. 늘어나는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을 보면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기다. 1월 전국 미분양 7만2천624가구 중 73%, 준공 후 미분양 2만2천872가구의 80%가 지방이다.
수도권인 경기도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경기도의 미분양은 1만5천135가구로 수도권 미분양의 77%나 되고 준공 후 미분양은 2천88가구로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평택시는 넘치는 미분양을 못 이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1월 평택시 미분양은 6천438가구로 4천526가구의 부산보다 많고 8천742가구의 대구보다는 적다. 평택시 인구 60만명과 부산 327만명, 대구 236만명 인구 대비 미분양으로 비교하면 평택시가 압도적으로 심각하다. 경기 침체와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강남 집값이 오르지 않았을까. 강남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지방과의 양극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심리가 자극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강남 집값이 난리가 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출산율 감소 및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지방 젊은이들의 인구 유출이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닌데 갑자기 서울 강남 올인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불꽃이 튀었다고 바로 불이 붙지는 않는다. 바닥에 기름이 깔려 있었다는 말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인 기름의 실체는 ‘똘똘한 한 채’의 양극화 현상이다. 2017년 서울 강남 집값이 오르자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들이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으로 지목되면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에 대해 중과세를 적용했다. 세제나 대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데 어느 바보가 여러 채를 보유하겠는가.
이론적으로는 내가 거주하는 1주택만 가지는 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우나 현실은 내가 보유하고 있는 지방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 수도권 똘똘한 한 채를 샀다.
최근 저성장과 경기 침체, 미분양 증가 등 여러 불확실성이 커지자 더 확실한 똘똘한 한 채를 찾기 시작했으니 바로 강남이다. 생활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며 우수한 교육환경과 양질의 일자리까지 다 갖춘 서울 강남으로 들어가기 위해 서울 사람들도, 수도권 사람들도, 지방 사람들도 발버둥 치고 있다. 이러다 차이가 더 벌어져 나만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의 집값 포비아(Phobia)가 확산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기는 다주택자 규제를 없애고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자산의 금액으로 규제 강도를 정해야 한다. 서울로 향하는 돈을 지방으로 돌리고 미분양도 소진하기 위해 1년 한시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면 주택 수 제외, 5년간 양도세 면제, 취득세 면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면제, 저리 대출, 분양가 할인 정도의 파격적인 특단의 대책도 나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재를 배출할 지방 국립대를 포항공대 수준으로 육성해 지방 경쟁력을 키워야 지방도 살고 서울도 산다.
지금 상태를 방치하면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져 지방은 굶어 죽고 서울은 배 터져 죽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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