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열 미추홀신협 이사장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제도는 2018년부터 가입자 생활수준에 맞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소득 위주의 부과체계를 위해 두 차례나 제도를 개선하는 등 국민들이 공감하는 생활밀착형 제도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출산 및 고령화로 미래 건강보험재정에 무서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건강보험재정에 또 다른 위협이 되는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의료기관은 점점 교묘하게 음성적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들이 매월 힘겹게 납부한 건강보험재정에 상당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개설의료기관은 병·의원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타인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 명의로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을 일컫는다.
이러한 불법개설의료기관은 진료보다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과잉진료 등 각종 위법행위로 건전한 의료생태계를 어지럽히고 국민 건강권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지난 14년간(2009~2023년) 불법개설의료기관이 챙긴 부당 진료비는 약 3조3천700억원이며 이 중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3조1천400억원으로 93.1%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하는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여명의 전문조사인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 운영으로 혐의 기관 발굴 등을 지원하면서 건강보험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에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계좌추적이 불가능해 행정조사만으로는 불법개설의료기관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조사 기간도 평균 11개월이 소요돼 조사 기간에 불법으로 형성한 재산을 모두 은닉, 환수가 불가능해지는 등 실효성 있는 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 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가지고 직접 조사할 경우 조사 기간이 훨씬 단축돼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조사 방식으로는 불법개설의료기관 근절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제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네 차례나 발의됐으나 2024년 5월29일 제21대 국회가 종료됨과 동시에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보험재정이 튼튼해야 하는데 불법개설의료기관으로 인해 보험 재정이 새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공은 제22대 국회로 넘어갔다. 불법개설의료기관을 효과적으로 척결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권 도입 법안이 발의돼 통과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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