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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 변화 시대 ‘적기 모내기’로 대응하자

장정희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육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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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는 이상기후 현상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온난화, 특히 가을과 겨울 온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국지성 호우도 잦아지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는 경기도 벼의 생육, 수량, 품질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는 한국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는데 전국 연평균 기온이 13.7도로 역대 1위, 경기도는 13.3도로 역대 5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1천740㎜로, 2003년 1천861㎜에 이어 기상기록 기준 시점인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4월에 벼 파종을 시작해 육묘를 마치면 5월부터는 본격적인 모내기 철이 시작된다. 벼 모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기 모내기이며 이는 고품질 쌀 생산의 가장 기본이 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벼 재배 기술이다. 특히 대부분의 벼 이삭이 패고 익는 시기인 8월 중하순부터 9월 하순쯤까지 40일 동안의 기온이 벼의 수량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너무 일찍 모내기를 하면 출수가 빨라져 고온으로 인한 품질 저하가, 너무 늦으면 영양 생장을 충분히 하지 못해 수량 감소의 우려가 있다. 또 출수 후 30일 정도가 되면 벼알은 싹을 틔울 수 있는 발아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 시기에 온도가 높고 강우가 잦아져 다습한 조건이 되면 이삭이 서 있는 상태에서 발아가 되는 수발아 현상이 생겨 품질이 나빠지고, 특히 종자 생산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다. 화선찰벼, 맛드림, 대안벼 등은 과거에는 종자 생산에 문제가 없다가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발아 피해가 심해져 종자 생산을 하지 못해 보급종에서 사라진 품종들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2020년대 초반에 벼 이앙 적기를 재설정한 연구 결과에 따라 중부 평야지와 해안지의 조생종, 중생종, 중만생종은 기존 시기보다 6일에서 26일까지도 늦게 모내기해야 고품질 쌀의 안정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벼 재배 기술이 최근에 변화된 중요한 사항이다.

 

콩의 경우 파종 적기가 과거 5월 하순에서 현재는 6월 상순으로 늦어졌는데 그 이유는 온난화에 따라 일찍 파종하면 생육량이 너무 많아져 과번무돼 쓰러지기 쉽고 병해충 피해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콩 재배 농가들은 늦어진 파종 적기를 잘 준수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부 벼 재배 농가는 관행적으로 모내기를 적기인 5월20일 이후보다 이른 5월 상·중순께에 시작하고 이에 따라 이웃 농가들도 군중심리로 이앙을 빨리해 이상기후에 피해를 보는 확률을 스스로 높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제는 벼 모내기를 일주일만이라도 늦게 하는 것을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 이 실천은 단순한 일주일의 모내기 지연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벼농사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올바른 모내기 시기의 선택은 단기적으로 재배 벼의 수량과 품질을 안정화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적기 모내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벼 재배 농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벼 파종도 늦게 시작해야 하며 일련의 농작업 계획도 늦춰야 한다. 또 육묘공장에서 모 판매 시작을 지연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모내기 시기를 조정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지난 8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온난화에 더 잘 적응하는 벼 품종은 최근에 개발된 신품종으로 조사돼 재배품종으로 신품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육종팀에서는 벼 품종육종 연구를 지난 2003년도에 시작,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발아에 강한 내재해성 벼 신품종 개발에 주력해 ‘연진’, ‘수찬미’ 등을 육성했다. 수발아에 강한 품종은 고온 및 집중호우 같은 이상 기상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또 디지털 육종을 활용한 비생물-생물 스트레스 복합 저항성 벼 품종 육성에 착수해 내고온성, 내병성 등 다양한 내재해 저항성을 강화해 기후 변화에 대비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 변화는 벼 재배 농가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기 모내기와 같은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부터 차근차근 실천해야겠다. 올해는 기상재해가 벼 생리 장해를 심각하게 발생시킬 수 있는 출수기, 등숙기 등의 결정적인 시기에 오지 않아 풍년이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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