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건희컬렉션’이 경기도미술관을 찾아왔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8일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를 개막해 오는 8월20일까지 선보인다. 이건희컬렉션 46점과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한 공사립미술관 11곳의 소장품을 한데 모아 한국 근현대미술의 추동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선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우리 근현대를 아우르는 대표 작가 41명의 작품 총 90점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이들 작품을 ‘조화’, ‘자연’, ‘향수’, ‘순환’ 등의 개념으로 분류, 이를 다시 ‘새로운 계절’, ‘자연으로부터’, ‘또 하나의 계절’, ‘향수의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등 5개의 구간으로 나눠 전시했다. 다채로운 화음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녹여낸 이번 전시를 세 차례에 걸쳐 따라가 본다.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조선의 화단은 서양미술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해외 유학을 다녀온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서양의 기법을 동양의 기법 등과 조화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전시의 첫 번째 구간인 ‘새로운 계절’은 동서양의 융합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정취를 보이는 근현대 작품을 채워넣었다. 총 20점의 작품 중 이건희컬렉션은 14점이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사내아이’는 단 4점만 전해지는 김종태의 작품 중 하나다. 김종태는 서양미술의 재료인 유화로 한복을 입은 사내아이를 그려 서양의 기법을 전통과 조화시키는 현대적인 화풍을 보였다. 대담한 색을 사용해 한복의 주름 등을 거침없이 묘사하고, 조는 아이의 모습을 정면에서 포착해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구성을 택했다. 특히 사내아이가 졸고 있는 모습에서 일제강점기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잊으려 했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인성의 ‘석고상이 있는 풍경’ 역시 수채로 세련된 기법을 보이지만 옥수수, 사과, 마늘 등 한국적 도상을 그려넣어 향토색을 표현했다. 1931년 일본의 다이헤이요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이인성은 서양의 기법으로 한국적 색채와 주제를 탐구했다. ‘복숭아나무’는 이인성 특유의 짧은 붓 터치로 복숭아나무 가지 사이로 햇빛과 그늘의 대비를 만들어 공간감과 깊이감을 드러냈다.
채색화에 두각을 나타냈던 김기창은 일본화풍의 채색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화와 풍속화를 재해석한 독자적인 양식을 완성했다. ‘소와 여인’은 이 같은 독자적 화풍의 결과물로, 하단의 검은 소가 추상적으로 표현돼 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종이의 거친 질감을 살려 한국적인 주제에 대한 향수를 자아낸다.
이 밖에도 동양적 사유인 부처상과 현대적 매체인 TV를 조합한 백남준의 ‘TV 부처’ 등 서양미술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 각각의 방식을 달리해 융화의 양상을 보여준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근원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공립미술관이 가져야 하는 사명감, 학예사들의 열정으로 이건희컬렉션 전시를 마련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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