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 입구, 라팔마와 산안토니오 교차로에 내리자 동화 속 요정이 사는 마을 교회처럼 외관 색상이 새하얀 성 안토니오 교회를 먼저 만난다. 교회는 아기자기한 외관처럼 내부도 정갈하고 중앙 제단의 정교한 십자가와 성상(聖像)이 인상적이라 여행지에서 만난 영적 장소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교회 주보성인 안토니오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나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사제가 돼 이탈리아 파우다에서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불멸의 사랑과 헌신으로 가난한 자와 병자들을 돌봤고 신학적 지식을 쌓아 설교함으로써 수도자와 신자를 매료시켰다.
안토니오는 안타깝게 36세 젊은 나이에 사망했으나 그는 사망한 지 채 1년도 안 돼 시성(諡聖)됨으로써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빨리 성인 품위에 올랐다. 성 안토니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가 태어난 포르투갈 리스본에 맨 먼저 교회가 세워졌고 지하묘소에는 성인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가톨릭교회는 안토니오의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계 곳곳에 교회를 세웠는데 이 교회도 그중 한 곳이다.
당대 성인과 수도자를 가장 잘 그린 스페인 최고의 정물화가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은 성경 앞에 무릎 꿇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도하는 ‘성 안토니오 정물화’를 그렸다. 이 작품은 안토니오 사제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명작으로 생전에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수르바란을 적극 후원했다.
성 안토니오 교회를 나와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로 가기 위해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따라 걷는다. 길가에는 역사의 흔적이 차곡차곡 쌓인 중세 건물이 길 양편에 줄지어 있어 마치 스페인 어느 시골 마을에 시간여행을 온 듯 착각에 빠진다.
엘 하르딘 공원이 가까워지자 마리아치 리듬이 오전임에도 귓전을 때린다. 대성당 앞 노천카페에서는 아름다운 멕시코 자연과 사랑의 연가 시엘리토 린도를 연주하더니 연이어 멕시코 독립혁명 당시 농민 혁명군이 즐겨 불렀던 경쾌한 리듬의 민요 라쿠카라차를 열창한다. 산 미겔 데 아옌데는 멕시코 독립투쟁 당시 독립 영웅 이달고 신부와 함께했던 아이그나시오 아옌데 장군의 도시라 이 노래가 애창되는 듯하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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