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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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십계명 중 제8계명인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라는 계명은 단지 ‘거짓말하지 마라’라는 상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진실하게 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왜 진실해야 하는가? 진실이 왜곡된 세상에, 그리고 거짓으로 얼룩진 사회 속에 신뢰라는 희망이 자리할 수 없기에 진실해야 한다.

사이비종교를 예로 들어보자. 겉으로는 종교로 위장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비종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집단을 말한다. 타 종교 교리를 이것저것 모방한 교리, 교주의 신격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 시한부 종말론까지 뭔가 허술한 면이 있지만 희한하게 그 집단에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집단은 급기야 교주를 포함한 특정 소수의 인원만을 위해 움직이고 활동하는 성향을 보이고, 종교적 맹신을 이용해 사람을 세뇌시켜 가정을 파괴하거나 강력범죄를 유발하고 주도하기까지 한다.

기성 종교인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다. 신부들의 미성년자 성범죄 논란과 바티칸 은행의 부패 및 비리로 가톨릭교회는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오랜 기간 만연돼 온 가톨릭계의 공공연한 범죄에 대해 처벌보다는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사건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교회에 대한 종교적 권위와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를 대표해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과 전 세계를 향해 용서를 청했다. 또 더 이상 이러한 범죄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교회의 형벌제도를 개정했다. 신앙이 전제된 종교 역시 위선과 거짓으로 일관한다면 그 종교에 대한 신뢰는 존재할 수 없다.

신뢰가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공자는 논어에서 ‘경제와 국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믿음’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서 나온 유명한 말이 바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들의 신뢰가 없다면 국가의 존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믿음이 전제돼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음식점에서 사람이 해주는 밥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음식에 독이 들어있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이유도 안전한 나라라는 ‘믿음’이 전제돼 있다. 믿음이 없다면 우리의 안위도, 우리의 미래도 불투명한 것이다.

한 나라의 원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국민이 이 나라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원동력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부인의 허위 경력과 논문 표절 논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논란 등은 대한민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기에 논란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반박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논란을 회피하고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혹시 ‘거짓말인가?’라는 합리적인 의심만 들 뿐이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국민의 복지와 나라의 안위와 연결된 것이라면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태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 혼란을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후보 시절 공약한 공정과 상식이 있는 나라를 우리는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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