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세상 떠난 아내 위해 세운 ‘무세오 소우마야’
박물관 앞에 다다르자 입장하기 전부터 건물 형상이 신비로움을 자아내어 멕시코가 가진 혼성의 예술 문화 사조가 설계에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장품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도 커진다.
박물관은 세계 10대 거부이자 멕시코 최대 기업군 카르소 그룹과 텔멕스 텔레콤의 회장인 카를로스 슬림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 소우마야를 위해 세웠고, 일명 플라자 까르소(Plaza Carso)라고도 한다.
카를로스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그의 그룹 명칭에서 알 수 있다. ‘Carlos’와 ‘Soumaya’의 첫 글자를 조합해 ‘Grupo Carso’라고 지었을 정도였으니, 아내를 위해 세운 ‘무세오 소우마야’에 소장된 예술품의 가치도 짐작할 수 있다. 카를로스는 26세 때 17세인 레바논 이민자인 소우마야를 만나 결혼했다. 소우마야는 서른 살에 신부전으로 어머니 콩팥 한쪽을 이식 받았으나 1991년 51세에 일찍 세상을 떠났고, 카를로스는 예술 애호가였던 아내를 위해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그 후 카를로스는 멕시코시티 옛 공업지대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무세오 소우마야’를 건립했다. 박물관은 1만6천여 개의 육각형 알루미늄 모듈을 사용해 지었다. 건물 외장과 전면 파사드에 불투명한 마감재를 사용해 노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건물의 수명을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건축적 특징이 돋보인다.
검색대를 거친 후 안으로 들어서자 높은 층고와 전시된 대작의 예술품이 관람자를 압도한다. 이곳에는 대규모 전시실 6곳과 강당, 도서관, 수장고를 포함한 여러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박물관은 기원전 400년대 고대 유물을 포함해 수십 세기에 걸친 6만6천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럽 작가들의 다양한 회화와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기간도 있다. 그리고 멕시코를 포함한 메소아메리카 지역의 근·현대 예술가 작품과 가구 및 금·은 세공품을 비롯한 장신구 등 많은 공예품도 전시돼 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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