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곳곳에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미국에서는 거대한 열돔 현상이 발생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은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 야외 활동이 금지됐다. 이제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아닌, 폭염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시행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전국의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섰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우리는 이전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 또는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며, 더위에 관대하고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친 더위는 우리 몸에 독이 된다.
사람은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온동물로 36~37℃를 유지한다. 하지만 폭염과 같은 외부 환경에 의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체온이 올라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발생하는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근육경련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증상과 유사한데, 이를 일사병이라고 한다. 일사병은 체온이 37~40℃인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적절히 수분을 보충하면 나아진다.
하지만 체온이 40℃이상 올라가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태를 열사병이라고 한다. 열사병의 경우에는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의식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자와 노인들은 기온에 대한 적응능력이 낮아 이러한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당뇨병이나 심근경색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기온이 낮아지면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폭염으로 체내 수분이 감소하면서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기존의 혈전은 더 커지거나 새 혈전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폭염경보나 주의보가 발효됐을 때는 특히 만성질환자나 노인은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부득이하게 실외에서 활동할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옷차림은 열흡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밝은 색깔의 헐렁한 옷이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완화된 만큼, 외부에서 운동 또는 작업을 할 때는 마스크를 벗어두는 것도 좋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폭염은 재난의 수준까지 왔다. 기후위기는 곧 우리의 건강 및 생존과도 연결된 이슈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지자체별로 무더위 쉼터, 그늘막 등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는 폭염도 태풍처럼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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