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업비트 라운지에서 4개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은 실재하는 것으로 제도화와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며 간담회에 앞서 빗썸에 가입하고 자신의 트윗 사진을 바탕으로 한 NFT도 직접 발행했다.
같은 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4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가치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적응해 투자하고 있다”며 코인 수익 5천만원까지는 완전 비과세하고 선(先)정비·후(後)과세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유력 후보들이 앞다투어 공약을 제시할 정도로 디지털 자산이라는 물결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제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데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 정보 업체 코인마켓갭에 따르면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작년 11월 초 최고점 후 두 달여 만에 1천4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8천만원에서 4천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가상화폐의 가격 하락세와 함께 내재가치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영국 중앙은행 존 컨리페 부총재는 “암호화폐 대부분 내재적 가치가 없고 주요 자산 가격조정에 취약하다”며 세계 금융위기 촉발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실물인 금을 보관하고 그 금의 양만큼 토큰을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 방식의 팍스골드(PAXG), 실제 금과 암호화폐를 직접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런던코인(LDXG) 등 금 기반 암호화폐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연초부터 미국을 비롯한 국내 증시 부진과 함께 암호화폐 역시 동반 추락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상승, 테이퍼링으로 인한 돈 가뭄이라는 이중 악재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암호화폐의 하락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 닷컴버블과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한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은 “위험자산 매도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곧 거품이 붕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할 거라는 소식 등 규제 불확실성이란 추가 변수도 있다.
물론 가상자산 생태계가 이미 금융시장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여·야 대선 후보가 2030 청년층을 겨냥해 가상자산 공약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반면 최근 하락세인 가상화폐 투자위험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은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투자의 책임은 오로지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큰데도 표심만 바라보고 가상자산 육성책에 매몰된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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