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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5.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

흙·불·땀의결정체... 일상 속 함께하는 도자세상, 신륵사관광단지 안에 위치 ‘시원한 풍광’ 감탄
2001년 개관 ‘세계도자기엑스포 경기도’로 서막, 20년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중심지 자리매김
현재 ‘다시_쓰다, Re: start’展 즐길거리 가득... 테이블 웨어 식문화 이야기 6개 키워드로 풀어내

한국도자재단 산하 경기생활도자미술관(대표이사 최연)은 개관 2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공간이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건축은 종합예술이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사실 도자(陶磁)도 건축 못지않은 종합예술이다. 흙과 불, 미학과 과학과 정성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예술품, 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생활도자도 세종대왕이 노래한 “뿌리 깊은 나무”처럼 우람하게 뻗은 줄기와 무성한 가지에 풍성한 잎과 열매를 달고 있다.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백자로 명성을 잇던 우리 도자의 역사는 찬란하다. 16세기까지 도자를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조선과 중국 두 나라뿐이었다. 그러나 ‘도자기 전쟁’이라 부르기도 하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이 조선을 추월한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도자는 세계 일류라 부를 수 있는가?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과 이천 경기도자미술관, 광주 경기도자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여주도자세상과 경기생활도자미술관 전경./그릇하나 전시를 관람하는 시민들./다양한 식도구들, 식재료, 그릇이 가득한 주방을 시각, 촉 각이 어우러진 놀이공간으로 해석한 전시./집안공기정화식물 등 실내 공간에서의 자연물에 활용 가 능한 다양한 플랜테리어가 전 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11월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 빠지는 달

지금 여주는 생활도자 축제가 한창이다. 10월 1일에 개막한 202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다시_쓰다, Re: start’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2021경기세계비엔날레는 경기도가 한국의 도자산업을 선도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행사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10시부터 18시까지 입장 인원을 제한해 진행하는데 1회 관람시간 60분을 기준으로 7회 운영되며, 오후 5시30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다음 달 28일까지 이어지는 도자비엔날레는 물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비엔날레전시교류팀 김지수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아 생활도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도자비엔날레 사상 최초로 모든 전시가 무료로 진행됩니다.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많으니 홈페이지(kicb.or.kr/visit)를 통해 예약하세요. 잔여분에 한해 현장관람이 가능하지만, 일찍 매진될 수도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겠지요. 참, 코로나19 안전한 관람을 위해 단체관람 예약은 받지 않습니다.” 개막 첫 주부터 주말 전회차가 매진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뜨겁다고 한다. 특별전 ‘회복-공간을 그리다’의 기획 의도는 무엇일까? “만 20년이 된 비엔날레의 역사와 ‘포스트 코로나’ 이후 도자의 역할과 의미를 짚어보고, 건강한 일상과 생활방식, 관계, 소통, 문화, 경제의 ‘회복’을 희망하며 도자공예를 통한 개인들의 삶 변화와 행복을 나누려고 기획했습니다. 도자공예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건강해지고, 관람객들이 행복에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도자, 가구를 만나 은밀한 공간으로 스며들다

202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 특별전시는 특정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테이블 웨어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6개의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 열매처럼 매달린 전깃불이 따뜻한 빛을 선사한다. 첫째 공간은 ‘오롯한+그릇하나’인데,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연상케 하는 전시대가 시선을 끈다. 여주사람들에게는 남한강보다 더 친숙한 ‘여강(驪江)’이다! 도자 작품이 길고 푸른 탁자에서 빛을 내뿜고 있다. 짙푸른 강줄기를 연상케 하는 탁자는 목공예가 이용기의 작품이다. 목공예 작가와의 협업은 탁월한 선택이다. 이영호, 김종훈, 박병욱, 양수열, 최민록, 인현식 여섯 작가의 색다른 작품이 어우러져 생활도자의 품격을 드러낸다. 가정의 식탁을 연출한 ‘사적인+공간을 거닐다’는 은은한 조명과 얇은 천을 드리워 사적 공간임을 보여준다. 도자 작품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날렵한 와인 잔이 전시된 ‘친밀한+문화를 마시다’와 ‘친밀한+시간을 마시다’에서 가정의 평화가 연출되고 있다. 도자와 유리를 결합하는 작품도 흥미롭다. ‘공유의+여행을 그리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을, ‘10㎝+공간을 그리다’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 작은 받침대를 전시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만족을 찾는 소시민들의 마음이 읽힌다. “2020-2021년 경기도자온라인페어에 참가한 작가 중에서 기획 선정하여 전시와 페어가 만나는 접점을 만들었어요. 관람객은 일상생활과 흡사한 환경에서 작품을 보고 사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작가의 대표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스마트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지요. 우리 삶과 밀접한 곳에서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고, 쓸 수 있도록 구성한 ‘회복의 공간’입니다.”

1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 특별전II’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집콕’ 생활 속 아이들이 상상하며 놀고 치유할 수 있는 집을 꿈꾸며 미래의 예술가를 위한 세라믹하우스를 선보인다. 누군가의 엄마인 여성작가들의 손길로 채워진 전시공간에서 아이들을 위한 따뜻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원색의 이미지와 풍부한 색채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도예작품들은 우리 주변의 일상 사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인트로_비가 온다 뚝뚝’ ‘주방x놀이’ ‘상상x공간’ ‘감각x정원’으로 구성되었다. ‘생활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경험’을 놀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상에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가의 방법’을 보여주고, 아이들은 미술재료와 감각놀이를 통해 ‘작은 예술가’가 된다. 눈으로만 감상하던 예술작품을 가까이 즐기며, 놀이하면서 작품을 탐구하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왼쪽부터) 2층 전관에서는 2021경기세 계도자비엔날레 여주 특별전Ⅰ 전시를 만날 수 있다./작은 도자조각과 오브제로 이뤄진 김현경•안세연 작가의 공동작업. 윤원규기자

■ 생활도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창조의 무대

한국도자재단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이 여주에 자리를 잡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상품의 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잃고 일본 도자에 잠식되었던 한국 도자는 해방과 함께 부활한다. 한국의 도자 전통을 회복하고 명예 회복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옛 사옹원 분원이 있던 광주를 비롯하여 이천과 여주에 가마를 짓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여주는 ‘동국여지승람’에 자기와 도기를 특산물로 꼽았을 만큼 일찍부터 도자가 발달한 고장이었다.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은 2001년에 개관하여 2007년에 1종 미술관으로 등록되었다.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 행사를 시작으로 한국도자문화의 새로운 역사와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만 20년 동안 이어온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통해 여주는 생활도자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2년부터 100명의 도예가 초대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생활도자 100인전’은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의 대표전시이다. 한국도예계에서 정평 난 중견작가들과 다양한 시도와 예술성으로 재조명되어야 할 도예가를 소개하고, 현대도예에 대한 다양한 예술담론을 생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올봄부터 여름까지 권역식, 김익영, 노경조, 이수종, 조정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국생활도자 100인전-뿌리를 만나다-초청전Ⅸ’이 열렸다. 작은 보따리에 든 다섯 권의 도록을 통해 생활도자미술관의 역사를 기록하는 미술관의 높은 기획력과 정성이 묻어난다. 생활도자는 우리 삶에서 어떠한 쓰임새로 사용되고 있으며 작가들의 작업세계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전망한 충실한 기록이 품격을 더해준다. 올해 여주 생활도자미술관은 20년 동안 사용하던 ‘세계’ 대신에 ‘경기’로 개명하였다. ‘경기’의 생활도자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한강을 배경으로 신륵사관광단지 안에 자리한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은 아주 시원한 풍경을 갖추고 있다. 미술관 주변에는 멋스럽게 조성된 쇼핑몰과 경기창작지원센터가 있다. 천 년 고찰 신륵사와 세종대왕 영릉, 효종대왕의 영릉 등 국보 1기, 보물 17점, 사적 3곳을 보유한 경기도의 문화유산답사 1번지 여주가 생활도자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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