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혼돈의 아프가니스탄

지난 몇 주간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키워드는 바로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이다. 영국, 소련에 이어 미국에 끝내 권좌를 내어 주기를 거부한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 소련의 10년 지배에 끝까지 항거해 나라를 지켰던 아프가니스탄이 이제 미국의 20년 영향권에서 벗어나 탈레반정권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 세계의 우려와 불안의 시선이 탈레반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은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끄는 이슬람 율법학자출신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를 최고지도자로 하는 내각 구성을 예고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당면한 문제는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30일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내부 갈등에 직면해 있다. 우선 반탈레반 세력의 저항운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탈레반이 이틀 전 반탈레반 저항세력 국민저항전선의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 주를 탈환했다고 발표했으나 탈레반정권에 대한 항거와 투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부족주의 사회인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군벌들이 조만간 반탈레반 세력을 형성하고 탈레반정권에 반기를 들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 향후 탈레반의 신정부수립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IS-K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무자비한 테러행위도 탈레반정권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탈환한 탈레반정권의 자축의 시간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탈레반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심각한 갈등으로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크게 다쳤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어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의 앞날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과 주변국들의 셈법 또한 복잡하기만 하다. 미군의 철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권 장악이 향후 국제적인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국들은 고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해 있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그들의 지역동맹국들에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문제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을 비난했던 중국이 이번 미국의 철군을 강력히 비난했던 것도 이와 같은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발 빠르게 탈레반정권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화하며 서로 필요에 따른 외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파생될 테러세력 확산, 난민문제, 여성인권 탄압, 마약거래 등의 다양한 문제들과 국제사회 및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는 철군의 명분과 대중국 견제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고 확고하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가 세계 힘의 균형과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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