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도쿄올림픽 개최는 스가 수상의 재선 티켓

한국의 대선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중의원 선거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이므로 수상은 국회에서 선출된다. 다만 국회의원(특히 중의원) 선거는 수상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올해 중의원 선거는 스가 내각의 재신임 여부를 국민에게 묻는 선거다.

스가 수상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올해 9월 말까지고, 중의원 임기만료일은 올해 10월21일이다. 스가 수상은 7월 말~8월 초 도쿄올림픽을 치르고, 9~10월에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

최근 일본 정계는 스가 수상이 내각 해산과 중의원 선거를 언제 시행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의원 선거 시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스가 수상이 “자민당 총재 임기(올해 9월 말까지) 중에 내각 해산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 언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도쿄 올림픽 직후인 9월 초 중의원 선거, 9월 말 자민당 총재 선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근대올림픽이 과거 전쟁 등의 이유로 중지된 적이 여러 번 있지만, 근대올림픽 개최가 연기된 것은 이번 도쿄올림픽이 첫 번째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이라는 이례적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을 통해 성공적인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

일본 국내외에서 도쿄 올림픽의 중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가운데, 스가 내각이 도쿄 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본경제신문 등의 6월25~27일 여론 조사에 의하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43%로 5월 대비 3% 상승했으며, 도쿄올림픽 개최에 찬성하는 비율(무관객 개최를 포함)은 반수를 넘는 수준(59%)이다.

즉, 올림픽 개최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는 여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스가 내각은 도쿄 올림픽 경기장의 관중에 대해선 ‘정원의 50%, 최대 1만명’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경기장의 입장권 등에 대해서 추첨을 진행하고 있다. 애초 900억엔(약 9천2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던 티켓 판매 수익은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티켓 판매 수익의 감소 등 경제적 손실은 뼈아프지만, 스가 내각은 철저한 방역을 통해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해 도쿄올림픽을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 상황 하에서 모범 사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가 내각은 전 세계적 감염병의 확산이라는 악조건 하에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수상 재선을 위한 필승전략이라고 간주한다. 자민당 내 실력자인 아베 전 수상과 자민당 니카이 간사장은 스가 수상의 재임을 지지하고 있는 등 자민당 내 우호 세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여부는 스가 수상의 재임 여부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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