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파행 수업·취업난 악순환, 우울 病 전조, 전 세대 최악... It’s the job, stupid!-일자리
영화 ‘바보들의 행진’이다. 휴강 대자보가 붙었다. 캠퍼스에 방송이 흐른다. ‘교내 방송을 시작합니다. 들립니까. 들립니까! 들립니까!!’ 영철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동해 바다 절벽에 섰다. 이내 몸을 던진다. 노래 ‘고래사냥’이 비장하다. 병태는 입영열차를 타고 떠난다. 영자가 차창에 매달린다. 입맞춤이 오래 못 간다. 노래 ‘새는’이 애처롭다. 70년대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세상 고민은 다 하는 듯 폼 잡는다.
2021년 대학생. 이제는 ‘휴강’도 부럽다. 다 ‘폐쇄’다. 입학식도 건너뛰었다. 오리엔테이션, 축제 따윈 구경도 못했다. 교수도 만나본 적 없다. 방구석이 강의실이다. 노트북이 교수다. 웬만하면 A 준다. 웬만 안 해도 B 준다. 분별력 없는 학점이다. 사회가 인정해 줄지 모르겠다. 영화 속 모든 게 사치다. 병태 영자의 고민에는 ‘자유’라도 있었다. 지금의 고민엔 좌절 말고 아무것도 없다. 영화 속 ‘입영열차’도 부럽다.
언제나 군(軍)은 힘들다. 군대 식판 사진이 돌았다. 깍두기 두 쪽이 보인다. 건더기 없는 국도 보인다. 그런 군대를 못 가서 난리다. 미래가 불안해 찾으려는 도피다. 이것마저 맘대로 못 한다. 4월 육군 입대 경쟁률이 4.9 대 1이다. 신검 후 6개월 대기는 보통이다. 해병대(4.7 대 1)ㆍ공군(7.3 대 1)은 더 높다. 70ㆍ80학번의 ‘꼰대담’이 있다. ‘데모하다 잡혀 다음 날 군대 끌려갔다.’ 이 꼰대담마저 지금은 부럽다.
고(高)학년은 더 미친다. 4월 고용 동향을 보자. 실업률이 4.0%다.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이건 노년을 다 포함해서 얘기다. 청년층 실업률은 0.7%포인트 늘었다. 더 적나라하게 대졸 실업만 따져 보자. 처음 취업시장에 뛰어든 실업자를 ‘취업 무경험 실업자’라 한다. 4월 통계가 전년 동기 30.1%포인트나 늘었다. 여기서 대졸자만 뽑았다. 51.8%포인트 폭증이다.
코로나19 탓이 아니다. 우리만 이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졸자 실업률을 보자. 2009년 이후 10년간 추이가 있다. 6.1%에서 5.3%로 0.8%포인트 개선됐다. 그 기간 한국은 거꾸로 달렸다. 5.0%에서 5.7%로 0.7%포인트 악화됐다. 당연히 실업률 순위도 곤두박질 쳤다. 10년 전 14위, 2020년에 28위다. 애들이 무서워서 학교를 안 나선다. 휴학, 졸업유예로 버틴다. 그런 학생들로 캠퍼스가 차 간다.
병(病)이 안 생기고 배기겠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가 있다. 올 1분기 조사치다. 모든 연령대에서 우울감이 심해졌다. 코로나 블루다. 주목할 건 20대다. 우울 위험군 비율이 30.0%다. 30대 30.5%와 함께 전세대에서 가장 높다. 30대는 원래 그랬다. 줄곧 높았다. 20대는 다르다. 1년 전까지 가장 낮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치솟은 거다. 이제 60대(14.4%)보다 심각하다. 대학이 우울 병동이 돼 간다.
이런 언급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대구시가 엊그제 보도자료를 냈다. 대학생 자살 예방 활동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했다. 대학생들의 자살 예방 지킴이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도입 배경을 시가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 실직 가정의 등록금 불안, 코로나 위기로 인한 취업 불안, 코로나 통제로 인한 사회 격리…그래서 대학생 자살이 늘고 있다’. 참담하다. 어쩌다가 이런 행정까지 듣게 되는가.
우리가 저들만 할 때. 아버지들은 달랐다. 우골탑 세워주셨고, 일자리 늘려주셨고, 자리까지 내어주셨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 즉 우리. 멀쩡하던 대학을 지옥으로 만들었고, 많던 일자리를 다 말아 먹었고, 2천조원 빚더미까지 남기려 한다. 애들이 진작에 눈치챘다. ‘꼰대’와 ‘나때맨’ 속에 증오를 담는다. 그런데 이걸 저들만 모른다. 젠더(gender)가 어쩌니, 이념이 저쩌니…. 여전히 엉뚱한 분석만 늘어 놓는다.
정말 모르는 건가. 이토록 뻔한 답을. “It’s the job, stupid!”(바보들아, 문제는 일자리야).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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