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중 갈등과 쿼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폐해를 강조하고,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에 타결이 이뤄진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은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동맹국 중시 외교는 한국 입장에서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향후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높지만,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불완전한 형태로 관계 개선이 진행되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 중국 견제·봉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대 중국 봉쇄망에 대한 참여 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으로써는 쿼드(Quad)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Quad) 정상들이 첫 회담을 개최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로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쿼드는 외교·안보 협의체에서 시작됐지만, 그 협력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백신, 환경, 중국의 해양 진출·인권, 사이버 보안 및 5G 통신 규격, 반도체 및 자원의 중국 의존 경감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일본이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미·일 간에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정치·경제적 봉쇄를 목표로 한다면, 일본은 동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한편, 안보에 관계되지 않는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한국으로서는 한일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대중국 정책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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