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거악(巨惡)이다. 대규모 보험 사기였다. 데니 로맨(사무엘 잭슨 분)이 파고든다. 한참 조사 중 파트너가 죽는다. 로맨이 용의자로 몰린다. 일이 꼬이며 인질사태까지 간다. 모두들 그를 의심한다. 시경장(市警長)인 프로스트(론 리프킨 분)만 다르다. 늘 따뜻한 눈으로 로맨을 봐준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그렇다. 반전이 너무 극적이라서 식상하기조차 하다.-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다. 더러운 부패를 소재 삼고 있다.
2019년 3월27일. 경기도가 보도자료를 낸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용인 에스케이 하이닉스 산업단지 공급 물량 의결’. 의미도 부여한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ㆍ생산을 위한 대ㆍ중ㆍ소기업 동반성장 기대.’ 이재명 도지사의 워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준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하겠다.” 1조6천억원이 투자되고, 448만㎡가 개발되는 일이다. 보도자료에 4명의 이름이 적혔다. 그 일을 해낸 자랑스런 공무원들이다.
그땐, 그런 줄로만 알았다. 참담한 반전은 엊그제 일어났다. 그 넷 중 한 명이다. ‘서비스산업유치팀장: 김○○’. 그의 아내는 이미 원삼면의 지주였다. 2018년 10월 폐가(廢家) 3채를 샀다. 차 타고 오더니 훅 샀다고 한다. 땅값에 두 배나 쳐 줬다. 그 다섯 달 뒤 보도자료다. 땅은 대충 25억여원 짜리가 돼 있었다. 매입비 5억 중 3억이 대출이다. 자기 돈 2억 넣어서 만든 25억원이다. 한 달에 5억씩 불린 셈이다. 이런 투자가 있었나. 본적 없다.
그날 보도자료에 이런 문구가 있다. “최대 19개 라인에 8만9천명의 인력이 일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전망이다. SK 반도체 초봉이 5천만원(대졸)이다. 그들이 40년 받으면 20억원이다. 그 20억원을 보도자료 속 공무원은 다섯 달만에 챙겼다. 자료엔 이런 예상도 있다. “상권 등 지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밥장사해서 1년 버는 돈은 4천248만원이다(통계청 2021 자료). 그런 밥장사 47년 해야 찍을 매출이다. 그걸 댓 달 만에 챙긴 공무원이다.
그에게는 노다지였다. 직접 만든 황금 금맥이었다. 훤히 꿰차고 있었다. 그냥 고르면 됐다. 1㎜도 빗나가지 않았다. 수용 경계선을 정확히 찍었다. 노다지 중 노다지, 원삼면 중 원삼면이었다. 궁금하다. 이제 뭐라 할 건가. 그 흔하디 흔한 변명을 할 건가. ‘내부 정보 이용하지 않았다’…. 땅 살 때도, 보도자료 낼 때도 그는 투자진흥과 팀장이었다. 원삼면 단지는 거기서 추진했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안다면 모를까. 그런 변명 들먹이면 안된다.
22일, 이재명 지사가 말했다. “지금 이 기회에 투기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청산했으면 좋겠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 “매우 면목없는 일이 되었지만…우리 사회가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방향은 옳게 말했다. 그렇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를 빼먹었다. 공정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출발이다. 수사, 구속, 몰수, 박탈이다.
-프로스트의 마각이 결국 드러난다. 상해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냈다. 로맨의 동료도 그가 살해했다. 영화 말미, 로맨에게 총을 쏜다. 쓰러진 로맨을 보며 비웃듯 고백한다. 이 고백이 생중계된다. 그렇게 부패가 끝난다. 부하들이 그를 끌고나간다.- 우리도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 무대 원삼면, 배우 공무원, 장르는 도민 배신ㆍ부패 스릴러다. 많은 도민이 이 영화의 결말을 주문하고 있다. 정의가 이기고, 부패가 끌려나가는 모습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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