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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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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인천] 깃대종에 쓰인 아름다운 우리 이름

인천시가 이달 말까지 다섯 종(種)의 깃대종을 뽑기로 하고 얼마 전 시민 설문조사를 끝냈다. ‘깃대종’이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을 말한다.

설문조사에서 양서류 후보에는 금개구리, 맹꽁이, 도롱뇽이 명단에 올랐다.

식물 후보는 매화마름, 대청부채, 칠면초이다. 조류는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가 나섰다. 또 포유류 후보에는 점박이물범이, 무척추동물로는 흰발농게가 각각 단독 추천을 받았다.

이들 동·식물은 모두 인천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인천을 주 서식지로 하는 종(種)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모두 깃대종이 될 만하고, 뽑히지 못한다고 해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해 최종 대상을 고를 방침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 내용의 줄기를 살짝 비낀 부분에서 더없이 감탄하게 되는 것이 후보들의 이름이다.

‘금개구리, 매화마름,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 점박이물범, 흰발농게…’

이런 이름들을 들으면 직접 본 적이 없어도 그 모습이 대략 머리에 그려진다. 그리고 그 이름의 소박함과 정겨움에 싱긋 웃음을 짓게 된다. 어린 아이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런 동식물 이름은 이 밖에도 얼마든 찾을 수 있다.

‘부채꽃,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도요, 노랑눈썹멧새, 물방울풀, 끈끈이주걱, 할미꽃…’

정말이지 이런 이름들을 지은 우리의 생물학자들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어는 물론이고 라틴어 학명(學名)까지 공부하느라 꽤나 골치 아팠을 그들이 쉽고 예쁜 우리말 이름을 짓느라고 별도의 큰 수고를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외국어를 모르거나 한가해서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마음과 정성을 배우고 따랐으면 한다. 공공기관들은 더더욱 그렇다.

‘골든하버 프로젝트, 바이오 랩센트럴 사업, 메이커 스페이스…’

이런 이름들을 듣고 뭘 어쩌겠다는 말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말 대신 쉽고 고운 우리말 이름을 붙여보려고 잠깐이나마 고심을 해봤을까. 우리말로 이름을 붙이면 촌스럽고, 사업이 잘 안 풀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번 깃대종 선정 사업이 인천을 대표하는 동·식물 선정뿐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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