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 시내 전망을 보려고 역사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도 19세기 초에 지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역 부호 보렐 가문 소유의 저택이었으나 노예무역으로 부호가 된 사탕수수농장주 칸테로가 매입하여 살았던 저택이다.
박물관은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실에는 빛바랜 사진 속에 대서양을 건너 이곳으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의 이동 경로와 타고 온 배 모습을 담은 판화가 있다. 그리고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반항할 때 사용했던 형틀과 설탕을 추출하던 도구도 전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트리니다드의 발전 과정과 해적과 전투할 때 사용한 대포가 전시되어 있고 18세기 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설탕 산업의 발전과정을 알리고 있다.
박물관의 명소인 전망대로 가기 위하여 나선 계단을 오른다. 시선을 멀리 두고 한 바퀴 돌아보면 트리니다드는 늘 푸른 산과 옥빛 바다에 둘러싸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파노라마 전경을 본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티시마 대성당과 마요르 광장은 한 장의 엽서처럼 아름답다. 당시 이 건물은 트리니다드에서 제일 아름다워 ‘칸테로 궁전’이라 불렀다.
밤이 되면 트리니다드를 찾은 여행객이 모두 대성당 옆 ‘카사 데 라 뮤지카’ 앞 광장으로 모여든다. 낮에 보면 평범한 돌계단이 있는 빛바랜 건물 같지만 해가 지면 여행자는 모히토나 피나콜라다를 마시고 취기가 오를 땐 아프로 쿠반 밴드의 살사 리듬에 맞춰 춤 향연을 펼친다. 주변에는 이곳 외에도 레스토랑과 팝이 있고 춤출 수 있는 곳도 많아 트리니다드 밤의 랜드 마크다.
박태수 수필가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