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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숨은’ 확진자라니… 누가 숨었다고

검사자 數 미국의 10분의 1
못 찾아 놓고 ‘숨었다’ 표현
방역 책임 회피하는 말장난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단장이 말했다. “수도권에서 운영되고 있는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해서 오늘 기준으로 해서 286명의 확진자를 찾아냈다…이런 방식으로 ‘숨어 있는’ 감염자들을 찾아내게 되면 확진자의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도 임 단장 표현을 그대로 옮겼다. “감염된 줄 몰랐는데…이런 ‘숨은 확진자’ 5일만에 286명 찾아냈다.” ‘숨은 확진자.’ 언제부턴가 써온 표현이다. 맞는 말일까.

‘숨다’는 동사(動詞)다. 사전 속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보이지 않게 몸을 감추다’다. ‘hide’란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다’다. ‘latent’라는 의미다. 단어의 보편적 해석은 첫 번째 의미로 풀이된다. 코로나 사태의 단어도 그렇다. ‘숨은 확진자’는 첫 번째 의미-‘감춘 확진자’-로 풂이 일반적이다. 자연스레 숨기는 주체는 확진자가 된다. 정부는 그 확진자를 찾는 주체다. ‘숨기는 국민과 찾는 정부.’

임 단장이 지목한 ‘숨은 확진자’를 보자. 14일부터 수도권 임시선별소가 운영됐다. 20일까지 검사받은 사람이 11만9천207명이다. 여기서 2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임 단장은 ‘숨은 확진자’라 부르고 있다. 맞는 표현이 아니다. 제 발로 찾아와 검사받은 사람들이다. 끌려온 사람들이 아니다. 숨은 적이 없는데, 왜 ‘숨은 확진자’로 표현하나. 여기서 많은 이들이 ‘숨은’에 거부감을 말한다. 누가 숨었냐고 되묻는다.

단어(單語)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이 논란에 담긴 불신의 문제다. 확진자 1천명일 리가 없다고 한다. 더 많은 데 줄여서 발표한다고 한다. 검사자 수를 줄여 확진자 수를 맞추려는 거라고 한다. 이 의심이 결국 ‘숨은 확진자’ 거부감까지 왔다. 숨었다고 하면 방역 행정 밖의 일이 되니까…. 숨긴 환자 본인의 잘못이 커 보이니까…. 정부는 열심히 찾은 것처럼 되니까…. 이러려고 계속 ‘숨은 확진자’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확진자 수를 일부러 조절하기야 하겠나.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루머의 출발이 정책에 있음은 분명하다. 검사자 수가 턱없이 적다. 미국의 ‘Worldometer’는 통계 사이트다. 여기서 100만명당 검사자 수를 비교했다. 미국 67만여명, 영국 71만여명, 프랑스 45만여명, 독일 36만여명이다. 한국은 6만6천여명이다. 220개국 가운데 130번째다. 이걸 보고들 하는 소리다. ‘확진자를 조절한다’ ‘그러려고 ‘숨었다’고 표현한다.’

오해 없앨 방법이 있긴 하다. 전부 조사하면 해결된다. 숫자 조절 음모론도 없어지고, ‘숨은 확진자’ 불쾌감도 사라진다. 마침 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정치적 결단으로 결정해달라’고 했고, 이시종 충북지사가 ‘치과, 한의원, 약국에서도 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도 “1차 자가 검사 논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방역 당국은 반대다. 완강하다. 오진(誤診)ㆍ혼란(混亂) 우려를 이유로 든다.

강릉시가 시작해 봤다. 드라이브 스루 행렬에 끝이 없다. ‘숨은 확진자’ 얘기는 안 들린다. 강릉에서 ‘숨는 확진자’는 이제 처벌받아야 할 ‘검사 기피자’다. 물론 국가를 강릉시와 비교할 순 없다. 행안부 재난 책임자도 설명한다. “전 국민 조사를 감당할 수 있냐는 고민이 있다”(김희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그러면 검사자 수라도 늘려야 할 것 아닌가. 세계 130위 검사를 하면서 ‘숨은 확진자’라고 계속 쓰면 세계가 웃지 않겠나.

임시 진료소마다 줄이 길다. 영하의 추위도 말없이 참는다. 혹시 끊길까 봐 앞 사람을 세 본다. 이런 대한민국에 ‘숨은’ 확진자가 어디 있나. 지금 있는 건 정부가 ‘못 찾는’ 확진자 뿐이다. 그래서 정부가 ‘미안해해야 할’ 확진자 뿐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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